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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이라크 지도자도 석방 호소하는데

Posted June. 22, 2004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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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럴 때는 무소식이 오히려 희망을 준다. 김선일씨를 납치한 무장단체가 설정한 살해 시한이 무사히 지나자 그가 풀려날 수도 있으리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무고한 민간인이 희생되어서는 안 된다는, 국경을 초월한 인도적 염원이 납치범들을 움직여 끔찍한 계획을 포기하는 기적이 일어나기를 간절히 바란다.

수많은 한국인이 김씨의 무사 귀환을 위해 눈물겨운 호소를 하고 있다. 한국 네티즌들이 알 자지라 방송과 이름이 비슷한 인터넷 사이트에 김씨를 살려 달라는 메일을 집중적으로 보내 사이트가 폐쇄되는 소동까지 벌어졌다. 비록 이라크 파병 반대가 주목적이었지만 많은 시민이 촛불을 들고 거리에 모여 김씨의 무사귀환을 기원하기도 했다. 가정에서 직장에서 김씨의 석방을 기원하는 국민은 또 얼마나 많은가.

이라크 수니파 지도자 협의체인 이슬람 울라마도 김씨의 석방을 촉구하고 나섰다. 이라크인들까지 김씨를 풀어주라고 요구하는 것은 무슨 의미인가. 민간인 납치와 살해 협박은 인도적으로 용납될 수 없을뿐더러 이라크 문제 해결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뜻이 아닌가. 납치범들이 이슬람을 위해 투쟁하는 것이 맞다면 최소한 이슬람 지도자들의 권고에는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희미한 희망이 생겼지만 정부는 끝까지 긴장을 늦춰서는 안 된다.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알 자지라 방송을 활용한 호소, 이라크 성직자협회와의 접촉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해 총력전을 펼쳐야 한다.

목표는 김씨의 생환이다. 한 국민의 목숨이 정부의 협상능력에 달려 있다는 절박감을 갖고 끝까지 최선을 다하기를 바란다. 필요하다면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은 물론 노무현 대통령도 김씨의 석방을 위해 나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