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인 살해는 무엇으로도 용서받을 수 없다=6월 초 바그다드에 들어간 이씨는 성공회대 NGO대학원에 재학 중인 학생. 유아교육에 관심이 많은 이씨는 현지에서도 놀이방 봉사활동 등 이라크 어린이를 위한 활동에 주력해 왔다.
편지에 따르면 이씨는 22일 김씨의 피랍소식이 알려지자 모든 활동을 멈추고 중동지역의 언론보도를 지켜봤다. 이씨의 이라크 친구들 역시 김씨 관련 속보에 귀를 기울이며 무사귀환을 위해 기도했다.
이씨는 이라크 친구들이 한국의 촛불집회 등을 지켜보며 한국 국민이 저렇게 염원하니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위로했다며 그들은 진정한 이슬람교도라면 해서는 안 되는 짓을 했다며 비통해 했다고 전했다.
이씨는 이라크인들 역시 무고한 외국인 살해 사건에 대해 정신적 충격을 받고 있다며 그러나 한국 정부가 피랍 통보 직후에도 그래도 파병한다고 천명한 이유를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반응이 많다고 덧붙였다.
윤씨는 김씨의 죽음이 알려진 후 팔루자 지역에서 오랫동안 민간인 피해 실태를 함께 조사해 온 이라크 친구에게서 받은 한 통의 전화 내용을 소개했다.
죄 없는 사람을 죽였다. 이라크인 모두가 미안해하고 있다.
알 자지라와 알 아라비야 등 중동지역 방송을 통해 김씨의 가족들이 오열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이라크 국민들 역시 남의 일이 아니다며 함께 울었다는 것.
무서워 밖으로 나갈 수가 없다=이들은 또 편지에서 주권 이양을 앞둔 현지상황을 자세히 전했다.
이씨는 이라크 현지는 무법천지라고 밝혔다. 포탄으로 부서진 약국에서 나온 환각제가 시중에 뿌려지면서 어린아이들조차 눈이 풀려 시내를 돌아다니고, 간통만 해도 사형을 당하는 이라크 여성들이 돈을 벌기 위해 매춘에 나서고 있다는 것.
이씨는 또 주권 이양이 다가오면서 무장저항세력에 대한 시민들의 공포는 상상을 초월한다며 한국인과 함께 다니면 이라크 친구들조차 위험해질 수 있어 일단 이라크를 떠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윤씨는 지금 이라크는 지난 두 달 사이 1000여명의 목숨이 사라진, 통곡이 멈추질 않는 땅이라며 김선일씨의 어머니처럼 자식을 잃은 수많은 이라크 어머니들의 눈물을 그 무엇으로 닦아줄 것인가라고 반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