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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혀진 영웅 그대들 앞에 우리는 부끄럽다

Posted June. 29, 2004 22:14,   

29일은 북한의 도발에 맞서 싸우다 6명의 꽃다운 젊은이가 서해에서 산화한 지 2년이 되는 날이다.

서해교전 직후 전국적인 추모 열기가 타 올랐고 국민은 이들을 영웅으로 불렀다. 교과서에 실어 이들을 두고두고 기억하자고도 했다. 그러나 어느새 세상은 이들을 잊었다.

2년이 지난 이날 유가족 등 150여명은 경기 평택시 해군 제2함대 사령부 충무동산에 설치된 서해교전 전적비 앞에 모여 전사자 2주기 추모식을 가졌다. 1주기 때 모습을 드러냈던 정치권 인사는 단 한명도 참석하지 않았다.

추모사가 이어지는 동안 간간이 터져 나오는 울음을 참느라 입술을 깨물던 유족들은 헌화가 시작되자 결국 오열을 터뜨리고 말았다. 일부는 바닥에 풀썩 주저앉았다.

전적비 뒤에 새겨진 전사자들의 청동 얼굴부조를 어루만지며 유족들은 다시 울음을 토해냈다.

고 조천형 중사의 부인은 딸 시은(3)에게 아빠한테 왔으니까 아빠 좀 만져봐라며 시은이를 잡아끌었지만 아이는 낯선 듯 피하기만 했다.

유족들은 국가를 위해 싸우다 희생된 자식과 남편들이 너무 쉽게 국민의 기억 속에서 잊혀지는 것이 가슴 아프고 원통하다고 입을 모았다.

고 조 중사의 아버지 조상근씨(61)는 나라를 지킨 사람들이 누구인데 새까맣게 잊고 있다. 더 말해 봐야 뭐하나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고 황도현 중사의 아버지 황은택씨(57)는 3월에 해군동지회에서 서해교전 2주기 추모제를 하자고 해서 그런 줄 알고 있었는데 이달 초에 힘들게 됐다고 알려와 의아했다며 요즘 남북관계를 보니 대충 짐작이 간다고 말했다.

한 유족은 이라크 파병 반대를 위한 촛불시위는 허용하면서 북한과 싸우다 숨진 우리 자식들을 위한 문화행사는 못하게 한다고 정부에 불만을 터뜨렸다.

국민의 대북 인식에 대해서도 곱지 않은 심정을 토로했다. 황씨는 초등학생까지 북한은 좋고 미국은 나쁘다고 하는 마당인데 무슨 말을 하겠느냐. 이런 나라에서 살기 싫다고 말했다.

교전 당시 참수리호에 탑승했던 한 부사관은 남북관계가 화해 무드로 가는 것은 좋지만 경계심을 늦춰서는 안 된다. 직접 교전을 했던 당사자로서 북한을 믿지 못하겠다고 말했다.

교전 때 부상한 이희완 대위는 나라는 군인만이 아니고 전 국민이 지키는 것이다. 먼저 간 전우들을 가슴속에 기억해 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서해교전은 2002년 6월 29일 오전 10시25분 서해 연평도 서쪽 14마일 해상에서 북방한계선(NLL)을 침범한 북한측 경비정의 기습 포격으로 발발됐다. 윤영하 소령과 한상국 중사, 조천형 중사, 서후원 중사, 황도현 중사, 박동혁 병장 등 6명이 숨지고 18명이 부상했다.



남경현 bibul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