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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세인 사형 기정사실화

Posted July. 02, 2004 2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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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시작된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에 대한 재판은 처음부터 난항을 예고했다. 후세인이 재판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 데다 혐의를 입증하기가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사형 논란=과도정부는 법적근거가 없는 사형제도 부활까지 거론하면서 후세인 단죄를 서두르고 있다. 말리크 알 하산 이라크 법무장관은 지난달 30일 후세인의 사형선고를 기정사실화하기도 했다.

후세인이 사형 이외의 형을 받고 살아있으면 추종자들이 끊임없이 준동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는 나폴레옹이 권좌에서 밀려나 엘바섬에 유배되었으나 탈출한 뒤 지지자를 재결집해 전쟁에 나선 전례를 만들지 않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후세인의 학정에 시달렸던 대다수 이라크인들도 그의 처형을 바라고 있어 유죄 결정이 나면 사형 가능성은 높다. 변수는 미국을 도와 이라크전을 수행한 영국과 유엔 등 국제기구가 사형에 반대하고 있는 점.

더구나 3월 발효된 이라크 임시헌법은 사형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

국제사회 파장=지난달 초 해체된 이라크과도통치위원회(IGC)가 임명한 판사 1명이 진행하는 후세인 재판은 슬로보단 밀로셰비치 전 유고 대통령에 대한 전범재판처럼 국제사회에 파장을 몰고 올 가능성이 크다.

후세인이 재판 과정에서 물귀신 작전으로 역대 미국 정부와 이라크 과도정부 지도자들의 비리를 폭로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라크 과도정부가 재판을 맡고, 신병은 미국이 관리하는 것은 이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이호갑 gd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