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의 대중교통체계 개편 둘째 날인 2일, 일부 버스와 지하철역의 신교통카드 단말기가 또다시 먹통이 됐다. 또 엉뚱한 요금이 부과되기까지 해 승객과 운전사 사이에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일부 시민들은 버스의 배차간격이 평소보다 길어지고 중앙버스전용차로마저 막히는 등의 불편과 혼란에 강한 불만을 쏟아냈다.
요금 시스템 엉터리=이날 버스 8900대 중 1000여대 버스의 단말기와 지하철 392개역의 단말기 7900여대 중 63대가 작동하지 않아 승객들이 또 무임승차를 했다. 단말기 이상은 지난달 28일과 1일에도 발생했다.
특히 일부 버스에서는 하차 단말기가 오작동되면서 환승할인이 안되는 등 요금이 잘못 계산되는 경우도 생겼다. 또 국민카드와 삼성카드 중 일부와 선불카드 중 일부는 새 단말기가 아예 읽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일 오전 마포구 상암동 월드컵3단지 정류장에서 지선버스 7016번을 타고 홍대입구 전철역에서 내린 회사원 박종현씨(32마포구 상암동)는 홍대역에 들어갈 때 단말기에 총 누적금액이 3200원 찍혀 이상하게 생각하다가 선릉역에서 내릴 때 다시 해보니 3600원이 나왔다며 지선버스에서 3200원이 부과됐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카드 시스템을 운영하는 LG CNS측은 일부 버스의 단말기에 프로그램이 제대로 다운되지 않았고 단말기 불량과 운전사의 작동 미숙 등으로 요금 정산에 오류가 있었다며 상황을 분석해 적절한 보상 조치를 하겠다고 밝혔다.
반복되는 단말기 오류에 대해 회사측은 개통 전 테스트를 여러 차례 실시했지만 실제 상황에선 예기치 못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만 1318세가 사용하며 20% 요금이 할인되는 청소년용 티머니는 구입한 뒤 티머니 홈페이지나 고객센터에 등록을 하게 돼 있다. 하지만 티머니 제조사인 한국 스마트카드는 판매만 해놓고 등록을 받을 전산자료 준비를 제대로 하지 않아 이미 구입한 학생들이 등록이 안 돼 사용을 못한다며 항의한 것으로 나타났다.
50% 요금이 할인되는 만 612세용 티머니는 아직 언제 나올지 알 수 없어 일부 시민들이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버스, 정류장, 서비스 불만 여전=엉뚱한 요금이 매겨질 위험이 있는데도 서울시는 버스를 환승할 경우 요금을 계산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아직 제공하지 않고 있어 시민들은 자신이 낸 요금이 맞는지 알기도 힘들다.
최소 개편 며칠 전에는 제공돼야 할 서비스인데 2일 현재까지도 무소식.
버스 디자인에만 신경쓰다 보니 경유지가 버스 바깥쪽에 너무 적게 표시돼 자신이 가려는 목적지를 찾기가 힘들다는 지적도 많다. 또 잦아진 환승과 달라진 번호체계는 특히 노인들에게 큰 어려움을 주고 있다.
배차간격이 길고 안내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전날과 마찬가지.
회사원 손지현씨(32구로구 신도림동)는 신도림역 정류장에서 20분 가까이 기다려 간선 600번을 탔더니 버스가 늦게 와 초만원이었으며 버스 안에 노선도도 없고 안내방송도 없었다며 심지어 어제는 정차했던 정류장에 오늘은 안 서기도 했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원래 2일까지만 배치하기로 한 정류장 도우미를 주말인 3, 4일을 제외하고 5, 6일에도 배치하기로 했다. 그러나 시민들은 도우미들이 정류장 벤치에 앉아 잡담만 하고 있을 뿐 물어도 아무것도 모른다며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중앙버스전용차로 효과 의문=1일 오후 9시경 중앙버스전용차로제가 시행되고 있는 강남대로는 심야 주차장으로 변했다. 500m에 걸쳐 84대의 버스가 늘어서면서 버스 기차가 만들어져 승객들이 갇히는 사태가 발생한 것. 정체는 2일 오전 1시까지 이어졌다.
서울시는 간선 및 광역버스가 강남대로에 일시적으로 집중된 데다 승객들의 문의가 많아 버스 승하차 시간이 평소 0.7초에서 1.8초로 증가했기 때문이라며 버스 노선을 조정하고 승하차 시간 단축을 유도하겠다고 밝혔다.
2일 오전에도 중앙차로를 이용하는 버스는 비교적 빨리 달렸지만 중앙차로가 끝나는 지점과 일반차로에는 버스와 승용차가 뒤엉키는 병목현상이 1일에 이어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