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마뱀이 꼬리를 자른다고 도마뱀의 혐의가 없어지지는 않으며 오히려 도마뱀이 현장에 있었다는 명백한 증거일 뿐이다.
손이 하는 일을 머리는 모르고 있었다는 말과 같다.
5일 이른바 안풍사건 선고 공판에서 재판부는 몇 가지 의미심장한 어록을 남겼다.
재판부는 문제가 된 비자금의 진짜 주인이 누구인지에 대해 명확한 결론을 내리지는 않았지만 사실상 YS 비자금설을 인정한 것.
독자적인 판단에 따라 한나라당에 선거자금을 지원했고 강삼재 전 의원을 만나 돈을 직접 전달했다는 김기섭 전 안기부 운영차장의 진술에 대해 재판부는 이는 손이 하는 일을 머리는 모르고 있었다는 말과 같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이어 이는 궁극적으로 김영삼 전 대통령을 보호하려는 진술이라고 규정해 YS의 책임임을 강하게 암시했다.
재판부는 이어 김 전 차장의 행동을 윗선을 보호하고 자기 선에서 책임을 지려는 도마뱀 꼬리 자르기라고 표현하면서 그러나 잘린 도마뱀의 꼬리는 도마뱀이 현장에 있었다는 사실만을 증명해 줄 뿐이라고 질타했다. 한편 강씨는 천신만고 끝에 이날 무죄를 선고받았음에도 김 전 대통령의 입장을 의식한 탓인지 속내를 드러내지 않으려고 애쓰는 모습. 반면 강씨의 변호인들은 은행에 대한 계좌추적 등 필사의 노력 끝에 무죄선고를 이끌어냈다는 사실에 고무된 표정이었다. 강씨 변호인 정인봉씨는 강씨는 끝내 진실을 말하려 하지 않았지만 변호인들이 악역을 맡아 YS 관련사실을 언론에 공개했다. 당시 강씨는 매우 섭섭해 했지만 결국 우리의 진심을 알게 됐다며 강씨의 입장을 고려한 발언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