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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수침체 끝이 안보인다

Posted August. 27, 2004 2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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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지 않으려고 사무실에 나오지만 나와 봐도 솔직히 할 일이 없습니다.

서울 종로구 창신동에서 신발 납품업체를 운영하는 김판기씨(55)는 요즘 줄어만 가는 매출 장부를 보면 한숨이 절로 나온다.

김씨는 30여년간 신발도매업체를 운영해 왔지만 이렇게 어려웠던 적은 없었다고 하소연했다. 작년 말까지만 해도 청계천 상가 상인들을 대상으로 장사를 해 왔지만 경기침체 탓에 물건이 안 팔리자 지금은 할인마트에 신발을 납품하고 있다. 하지만 수익이 신통치 않은 것은 마찬가지다.

외환위기 시절도 어려웠지만 지금보다는 덜했지요. 신발 도매업체들의 하루 매출이 1, 2년 전만 해도 300만원은 족히 됐는데 요즘은 50만70만원 수준으로 떨어졌어요. 그것도 외상장사여서 대금을 못 받을 때가 많습니다.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27일 통계청이 발표한 7월 산업 활동 동향을 보면 김씨의 한숨소리는 당분간 계속될 것 같다. 6월에 반짝 회복세를 보였던 소비와 투자 등 내수가 다시 위축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

이에 따라 수출 증가세가 하반기에 다소 둔화되겠지만 내수가 본격적으로 살아나 이를 메워 줄 것이라는 정부의 희망 섞인 전망이 갈수록 힘을 잃어가고 있다.

민간전문가들 사이에는 오히려 수출에 힘입어 성장세를 유지하던 한국경제가 본격적인 하강 국면에 접어든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마저 나오고 있다.

보이지 않는 내수침체의 끝=소비와 설비투자의 회복을 기대하기도 힘든 모습이다. 대표적 소비지표인 도소매 판매의 7월 실적은 전년 동월 대비 0.2% 증가에 그쳤다. 할인점 판매(8.1%)는 3개월 연속 증가했지만 백화점판매(6.0%)는 마이너스 행진을 계속했다.

내수용 소비재 출하() 역시 4.1% 감소했다. 폭염에 따른 여름특수로 기대를 걸었지만 큰 변수가 되지는 못했다. 설비투자(2.5%)는 전달(7.7%)에 비해 증가폭이 크게 둔화됐다.

산업생산은 12.8% 증가하며 6개월째 두 자릿수 증가세를 이어갔으며 출하도 11.8% 증가하며 호조세를 보였다.

그러나 생산의 경우 지난해 자동차 부문 노사분규 등으로 저조했던 데 따른 기술적 반등 효과가 영향을 미쳤으며 출하도 전월대비 증가율(0.4%)은 횡보 세를 유지하고 있다.

특히 제조업 공장가동률은 전달보다 0.4%포인트 떨어진 79.4%에 그쳤다. 제조업 가동률은 3개월 연속 하락하면서 지난해 9월 이후 10개월 만에 최저치로 추락한 것이다.

경기하강 국면 시작됐나=정부는 미약하지만 내수의 회복세는 이어지고 있다고 보고 있다. 이헌재 경제부총리의 말대로 체감경기의 회복을 느끼려면 시간이 좀 걸리겠지만 회복세로 접어들었다는 것.

반면 민간 전문가들은 한국경제가 하강국면에 들어설 기미를 보이고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오상훈 SK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그동안 내수회복에 대한 기대가 지나쳤다며 내수와 수출경기의 격차가 좁혀지지 않고 있어 44분기(1012월) 이후 경기하강이 확실해졌다고 말했다.

모건스탠리는 최근 한국경제 관련 보고서에서 한국경제가 중국 경기 냉각, 정보기술(IT)수출 둔화, 고()유가 등 비우호적인 외부 환경에 직면하고 있어 경기 사이클 상 정점을 지나 하강하고 있는 것으로 본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민간 전문가들은 정부가 경기 하락세를 막기 위한 다양한 경기진작책을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치영 차지완 higgledy@donga.com ch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