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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인질 사상자 1000명 넘어

Posted September. 05, 2004 2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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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유혈 진압으로 막을 내린 러시아 남부 북()오세티야공화국 베슬란 제1공립학교 인질 사태는 사상자가 1000명이 넘는 사상 최악의 인질극 참사로 남게 됐다.

러시아 검찰은 4일 이번 참사로 어린이 155명을 포함해 330명이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러시아 일간지 이즈베스티야는 사망자가 500명을 넘을 것이라고 전하는 등 최종 희생자 수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420여명의 부상자 중 60여명이 중상인 데다가 아직 생사가 확인되지 않은 실종자도 260여명에 이른다. AFP통신도 시체안치소 직원의 말을 인용해 적어도 394구가 안치돼 있다고 보도했다.

러시아 당국이 파악한 사고 당시의 인질은 모두 1181명. 현장에서 발견한 330명의 시신 중 240명의 신원만을 파악한 상태다.

수사 당국은 30여명의 인질범 중 26명을 사살하고 3명을 생포했다고 밝혔다. 인질범 일부는 탈출에 성공해 러시아 당국이 쫓고 있다.

인질범 중에는 아랍인 10명과 흑인 이슬람교도 1명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즈베스티야는 이들이 알 카에다 조직원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4일 사고현장을 방문한 뒤 러시아는 결코 테러에 굴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어린이가 대부분인 인질들이 잡혀 있는 상황에서 무리한 작전으로 많은 희생자가 발생한 데 대해 국내외의 비난 여론이 쏟아지고 있다.

영국 육군공수특전단(SAS) 출신의 대테러 전문가 존 머칼리스는 러시아 진압군이 작전을 펴면서 인질 구출보다는 인질범 사살에 초점을 맞췄다는 인상이 짙다고 말했다.

반면 러시아 당국은 계획된 작전은 없었으며 학교 안에서 먼저 총성과 폭발이 있어 인질을 구출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현장으로 진입했다고 해명했다.

이번 사태는 푸틴 대통령에게 상당한 정치적 부담으로 남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5일 북오세티야공화국의 카즈베크 드잔티예프 내무장관이 러시아 고위 관리로는 처음으로 이번 사태에 책임을 지고 사임했다.



김기현 kimki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