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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금난 중소 "변칙 사채라도..."

Posted September. 08, 2004 2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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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업이요, 어렵겠는데요. 그런 건 요즘 취급 안 합니다.

6일 서울 중구 명동의 커피숍에서 기자와 인터뷰하던 어음 중개업자 A씨는 휴대전화로 중소 건설업체의 자금 담당 직원과 이런 내용의 통화를 했다.

하청 건설업체의 어음은 명동 사채시장에서 C급(부도 위험 있는 어음)으로 분류된다. 할인율은 월 1.52%(연 1824%)의 고금리이지만 거들떠보는 사람이 없다.

어음 할인이 어렵다고 하니 당좌수표를 할인해 달라고 통사정하네요.

기업이 당좌수표를 끊어 한 달 정도 자금을 쓸 때는 27%를 선이자로 떼인다. 극약처방과 같지만 하루하루 연명하기도 힘겨운 기업들이 이용한다.

올 하반기 어음할인 문의는 작년 1029대책 전보다 2배가량 늘었습니다. 쓸 만한 어음은 열에 하나고요.

그나마 9월 들어 문의조차 뚝 끊겨 추석 특수()마저 사라졌다. 예년 같으면 추석을 20여일 앞둔 이맘때 자금 수요가 급증해 어음할인 금리가 0.30.5%포인트 올랐지만 올해는 금리가 제자리라는 것.

개인들의 급전 마련 수단이었던 상품권 할인 수요도 예전 같지 않다. 명동의 상품권 할인업체는 23년 전 100여개였으나 지금은 2030개에 불과하다.

유례없는 불경기로 사채시장이 움츠러들면서 중소기업들의 자금난은 가중되고 있다.

담보나 신인도가 없는 중소기업들은 제도권 금융은 물론 사채시장에서도 외면당해 갖가지 편법으로 급전을 구하고 있다.

8월 중순 3개 정보기술(IT) 업체가 명동에서 시도한 연쇄 배서()도 그중 하나다. B사는 A사가 발행했거나 소지한 어음에, C사는 B사 어음에, A사는 C사 어음에 돌아가며 배서를 해서 신용이 높은 어음인 것처럼 속이는 방법이다.

개인 신용카드보다 한도가 높은 법인카드를 20%가량의 수수료율로 이른바 카드깡을 하는 것도 자주 이용되는 수법.

일부 코스닥 업체들은 주식을 담보로 사채를 쓰고 있다. 30억원을 빌릴 때 100억원어치의 주식 담보가 필요하다. 주가가 계약일보다 2030% 떨어지면 사채업자가 통보 없이 장내에서 주식을 팔아 빚을 회수할 수 있는 특약도 붙는다.

증시 관계자는 대주주 지분 장내매각 조회공시가 나간 코스닥 주식은 거의 다 이런 경우라고 귀띔했다.

한 달에 1, 2건이었던 이런 공시가 8월에는 6건이나 게시됐다.

명동 사채업자 B씨는 통계로 잡히는 부도는 별로 늘지 않았으나 명동에서 느끼는 체감부도율은 이미 위험 수위에 올라와 있다고 말했다.



이철용 lc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