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해 정상 수치에 근접하던 여아 대 남아의 출생 성비()가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다시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경기불황으로 인한 심각한 저출산 현상이 성비 불균형을 악화시키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어 이를 막기 위한 정부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이 같은 사실은 본보가 최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도움을 받아 1997년 외환위기 전후 10년간(19932002년)의 지역별, 출산순위별 통계를 분석한 결과 밝혀졌다.
뉴밀레니엄에 성비는 오히려 거꾸로=출생 성비는 1993년 115.3에서 하락하기 시작해 1997년 108.24까지 낮아졌으나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이후 상승세로 돌아서 2002년 110.03에 달했다.
이 같은 출생 성비의 상승은 부산 등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 전국적으로 공통된 현상이다.
성비는 일정 기간에 태어나는 여아의 수를 100으로 했을 때 남아의 수를 의미하며 인구학자들이 추정하는 자연 성비는 105106.
지난해 12월 미국 중앙정보국(CIA)이 발간한 월드 팩트북에 따르면 2002년 한국의 성비는 전 세계 223개국 중 괌과 대만에 이어 세 번째로 높은 수치다.
출산순위별로 보면 남아선호의 가장 중요한 지표가 되는 셋째 아이의 성비는 1993년 무려 202.1에 달했다가 이후 급격히 하락해 1997년 133.5를 기록한 뒤 2002년 140.0으로 다시 반등했다.
둘째 아이의 성비도 1993년 114.7에서 1997년 106.3으로 정상에 근접했다가 2002년 107.3으로 상승했다.
저출산이 성비 불균형 악화=1993년 이후 계속 하락하던 출생 성비가 자연 성비까지 내려오지 않았는데도 다시 반등한 것은 외환위기로 인한 경기침체의 결과로 풀이되고 있다.
경기침체로 인한 출산율의 급격한 저하가 기존의 남아선호 사상과 겹쳐지면서 성비 상승을 부채질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출생 성비가 반등하기 시작한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의 전체 출산율은 1.4로 1997년보다 무려 0.2가 떨어졌다. 통계청이 발표한 지난해의 출산율은 1.19에 그쳤다.
김승권()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사회정책연구실장은 경기불황으로 출산을 기피하면서도 여전히 남아를 가져야 한다는 의식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라며 과거와 달리 첫째나 둘째 자녀부터 선택 임신이나 성 감별을 시도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