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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직 못한 여동창생 연락 끊어진지 오래

Posted September. 12, 2004 2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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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법대에 입학하는 것은 남자에게는 죽을 때까지 미래가 보장되는 프리미엄이지만 여성에게는 오히려 살아가는 데 장애가 됩니다.

이 대학을 졸업하고 1995년 사법시험 전체수석을 했던 당시 사법연수원생 정모씨(34)가 했던 말이다.

7년 후 그의 생각은 얼마나 바뀌었을까.

현재 지방법원 판사인 정씨는 검찰이나 법원에서 성차별은 없다고 단언했지만 일을 하지 않는 변호사의 절반 이상이 여성이라며 로펌 등의 입사에 성차별이 있음을 시사했다.

서울대 경제학과 95학번이었던 권정하씨(30)는 며칠 전 첫아이를 출산하고 출산휴가 중이다. 그는 행정대학원을 거쳐 뒤늦게 S보증기금에 입사했다.

그러나 정씨나 권씨처럼 취업에 성공한 경우는 예외였다. 인터뷰에 등장한 대부분의 여학생들은 한달에 걸친 추적에도 연락이 닿지 않았다. 취직을 못해 동문들과 연락을 끊었거나 결혼한 경우로 추정된다. 취직을 했더라도 임시직이나 비정규직인 경우 접촉을 피했다.

당시 보고서 작성에 참여했던 강모씨(33)는 당시 여학생들은 지금쯤 30대 초반으로 한창 출산을 하거나 할 시기라며 성공적인 삶을 살고 있다고 생각지 않으면 별로 자신을 드러내 놓고 싶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 역시 수차례 언론사 입사시험에 실패하고 어린이영어학원 강사로 일하고 있다.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연구강사였던 한설혜씨(37)는 교수가 되지 못하고 서울 송파구보건소에서 의사로 일하고 있다. 그는 여성의 사회참여에 있어 가장 큰 걸림돌은 육아라며 이 때문에 교수임용에서 여성이 불리하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2001년 박사학위 취득자 중 여성은 22.9%에 이르지만 대학의 여성교수 비율은 14.1%에 그치고 있다. 그나마 국공립대의 여성 교수 비율은 8.8%에 불과하다.

취업이 안 되는 여대생들은 일단 대학원에 진학하거나 형편이 허락하는 경우 해외유학을 떠난 경우가 많았다.

우리 대학원에 기혼 여자선배 2명이 있는데 공부하랴 집안일하랴 너무 힘들어 보인다고 말했던 서울대 컴퓨터공학과 석사과정 1년차 김모씨 역시 2000년 메릴랜드대로 유학을 떠났다.

전남대 컴퓨터공학과 96학번 L씨 N씨 Y씨의 동기 양동섭씨(29)는 당시 졸업생 80명 중 8명이 여학생이었는데 이후 동창회에 나오지 않아 소식을 알 수 없다고 밝혔다.

시인 문정희는 그 많던 여학생들은 어디로 갔는가라고 노래했다.

학창시절 공부도 잘하고/특별활동에도 뛰어났던 그녀개밥의 도토리처럼 이러 저리 밀쳐져서/아직도 생것으로 굴러다닐까/크고 넓은 세상에 끼지 못하고/부엌과 안방에 갇혀있을까/그 많던 여학생들은 어디로 갔는가.



김진경 kjk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