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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책 원전센터 허송세월

Posted September. 16, 2004 2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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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마감된 원전수거물 관리시설(원전센터) 유치 예비신청에 지방자치단체들이 한 곳도 나서지 않아 7개월간 끌어온 원전센터 건설사업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원전센터는 부지선정에서 완공까지 4년 정도 걸리는 데다 기존 저장고 시설은 4년 뒤인 2008년이면 포화상태에 이를 전망이어서 원전수거물 처리에 심각한 차질이 빚어질 전망이다.

이희범() 산업자원부 장관은 16일 정부과천청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정부는 가능한 10월 안에 대안을 마련해 투명하고 새로운 절차에 따라 원전센터 건설사업을 추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는 기존의 추진방식이 예비신청 단계에서 좌절됨에 따라 사실상 기존 일정을 전면 중단하겠다는 것을 시사한 발언이다. 원전센터 부지선정 작업이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된 것이다.

이 장관은 이어 현행 부지선정 절차상 유일하게 예비신청 단계로 남아있는 부안의 경우 주민투표가 사실상 어려워졌다며 기존 절차에 따를 경우 11월 말까지는 하도록 돼 있는 부안의 주민투표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기존 일정에 따를 경우 전북 부안군은 단독으로 11월 원전센터 유치안에 대해 주민투표를 실시한 뒤 가결되면 12월에 본신청을 하도록 돼 있다.

그러나 정부가 현행 원전센터 부지선정 절차 중단 등을 포함하는 열린우리당의 중재안을 받아들이면 모든 작업이 원점에서 다시 시작된다.

정부는 아직까지 최종 입장이 정리되지 않았다고 밝히고 있지만 부안군을 제외하고 예비신청 지자체가 없는 상황에서 여당과 시민단체가 제시한 방안을 수용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여당이 제시한 공론화 과정을 거칠 경우 원전센터 선정 작업이 또 늦춰진다는 점이다. 정부 국회 시민단체가 참여하는 공론화 기구는 최장 1년에 걸쳐 신고리 1, 2호기 건설추진 중단 문제를 포함해 원전정책 전반에 대한 입장 차이를 조율하게 된다.

한국수력원자력에 따르면 방사선수치가 높은 사용 후 연료 저장량은 지난해 말 6588t으로 총 저장용량의 67.2%에 이르고 있다.

원전별로는 월성원전의 사용 후 연료 저장고가 2006년에 포화상태에 이르고, 울진은 2007년, 고리와 영광은 2008년에 바닥을 보일 전망이다.

그런데 원전센터 부지선정에서 완공까지는 4년 안팎이 걸리기 때문에 부지선정 절차가 늦어지면 원전 수거물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는 사태까지 예상되고 있다.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박군철() 교수는 지역민의 의사를 묻기 위한 주민투표와 건설기간 등을 고려하면 원전센터 부지 선정에서 완공까지는 많은 시간이 걸린다며 부지선정을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종식 박 용 kong@donga.com par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