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선수 51명이 출장정지 징계를 받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21일 야구회관에서 박용오 총재와 8개 구단 사장이 참석한 가운데 이사회를 열고 병역비리 관련 선수에 대해 올 시즌 남은 경기 및 포스트시즌 출장정지란 특단의 징계를 결정했다.
이사회는 또 국민 여러분께 드리는 글이라는 성명서에서 국민의 기본의무인 병역을 회피하려 한 행위는 용서받을 수 없는 중대범죄이며 석고대죄 하는 심정으로 머리 숙여 사과드립니다라고 밝혔다.
이사회는 앞으로 병역비리 선수는 영구 제명할 수 있도록 규약 제147조를 보완키로 했다.
이 조치로 2004포스트시즌 우승컵의 향방은 병풍()이 최대 변수가 될 전망. 구단별 희비와 이번 조치의 타당성 등을 점검해 본다.
현대 기아 웃고, 삼성 두산 SK 울고
동료 선수가 줄줄이 보따리를 싸는데 불행 중 다행이 웬 말. 하지만 시즌 막판 불꽃 튀기는 순위경쟁이 계속되는 가운데 그나마 상대적으로 전력손실이 적은 구단은 표정관리에 여념이 없다.
기아는 일단 숫자상으로도 징계선수가 2명으로 가장 적다. 평균자책 선두를 달렸던 마무리 유동훈이 빠졌지만 같은 언더핸드스로인 신용운과 이강철의 집단 마무리 체제가 이미 가동 중이다.
현대는 3루수 정성훈과 5선발 마일영이 나갔지만 4명 로테이션이면 충분한 포스트시즌을 치르는 데는 큰 무리가 없을 듯.
반면 전력에 가장 큰 공백이 생긴 팀은 삼성. 오상민 윤성환 정현욱 지승민의 알짜배기 불펜투수가 한꺼번에 제외됐다. 올해부터 진갑용 대신 마스크를 썼던 현재윤의 공백도 커 보인다. 선동렬 수석코치가 부임한 뒤 지키는 야구로 변신에 성공했던 삼성으로선 공격력의 팀으로 재변신해야 할 판이다.
두산도 4,5선발급인 이재우 노경은과 최고의 불펜 이재영, 그리고 유격수 손시헌이 동시에 빠져 3위 지키기에도 급급한 형편이다.
SK는 투수 쪽은 그런대로 괜찮지만 리딩히터 이진영과 3할 타자 채종범이 빠져 타순을 완전 조정해야 한다.
징계 기준과 타당성 논란 불씨로
KBO가 이날 발표한 징계 수위는 예상을 뛰어넘은 중징계. 그만큼 땅 끝까지 추락한 프로야구의 위신과 인기를 만회하려는 안간힘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번 징계는 구속을 당했거나 경찰 조사를 받은 51명의 선수에 대한 징계로, 공소시효가 지났지만 병역 회피를 시도한 혐의를 받고 있는 선수와의 형평성에선 하늘과 땅의 차이가 난다. 병풍 관련선수 가운데 알짜배기 스타는 병역면제를 받은 지 3년이 지난 선수가 대부분.
또 51명의 선수 중 경찰이 혐의를 입증하지 못해 기소를 못하거나 법원이 무혐의 판결을 내릴 경우 이미 받은 출장정지 징계를 되돌릴 수 없다는 것도 문제점. 이사회는 이날 이 부분도 논의했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한 채 징계를 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