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도 노벨상 수상자가 발표됐다. 그러나 올해 역시 수상자 명단에서 한국인은 찾아볼 수 없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평화상은 받았지만 노벨상의 꽃이라는 과학상을 비롯해 문학상, 경제학상은 아직도 우리나라 사람들이 접근하기 어려운 듯하다. 단기간에 세계 11위의 경제규모를 달성하고 올림픽 금메달도 척척 따 내는 한국 사람들은 왜 노벨상만은 이렇게 받기가 어려운지 답답해 하고 있다.
하지만 아무리 답답하더라도 편법으로 노벨상을 탈 수는 없다. 그래도 한국인들은 그 독특한 조급성 때문에 있지도 않은 지름길을 찾으려고 여기저기 기웃거리곤 한다. 노벨위원회 사람들을 알아 두어야 한다고 우르르 스웨덴에 몰려가기도 하고, 올림픽 대표팀 강화훈련처럼 특수기관을 설립해 노벨상을 목표로 연구시켜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이러한 이상과열 현상에 대해 한국을 방문한 한 노벨상 수상자가 한 말이 있다. 노벨상을 목표로 연구해서는 절대로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없다. 그리고 과학 연구의 저변이 취약한 상태에서 노벨상이 나온다 한들 한국의 과학기술에 얼마나 도움이 되겠는가?
백번 옳은 말씀이다. 하지만 이 대학자가 모르는 면이 하나 있다. 노벨상이 적어도 한국인 가슴속에 무의식적으로 박혀 있는 노벨상 콤플렉스를 치료하는 데에는 도움이 되리라는 점이다. 한국인의 노벨상 콤플렉스는 여러 가지 형태로 나타난다. 우선 국내 학문 수준을 무시하고 무조건 외국 것을 높이 보는 일이다. 예를 들어 대학에서 교수를 뽑을 때 국내 박사보다는 외국 박사를 선호한다. 한국 경제 상황에 대해서는 국내 전문가도 많건만, 외국인의 한마디가 훨씬 큰 영향력을 미친다. 최근 세계경제포럼(WEF)의 국가경쟁력 평가에 대한 반응이 좋은 예가 될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아무리 노벨상은 못 받았더라도 우리의 수준이 외국인 눈치만 봐야 할 정도로 형편없지는 않다. 의학적으로 콤플렉스는 잠재된 감정의 복합체로서 비정상적인 반응을 일으키는 원인이라고 한다. 이제 이 콤플렉스를 제거하고 더도 덜도 말고 있는 그대로 볼 수 있을 만큼은 성숙해져야 하지 않을까.
오 세 정 객원논설위원서울대 교수물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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