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몸쪽 공 좀 다오

Posted October. 27, 2004 23:17,   

ENGLISH

1구 바깥쪽, 2구 바깥쪽, 3구도 바깥쪽.

현대 브룸바와 삼성 로페즈가 타석에 들어서면 포수들은 엉덩이를 슬쩍 홈 플레이트 오른쪽으로 뺀다. 코스 사인? 그런 것은 필요 없다. 직구냐, 변화구냐만 결정할 뿐이다. 이들이 타석에 서는 순간 코스는 이미 한 길로 정해져 있다.

한국시리즈 4차전까지 15차례 타석에 들어서는 동안 로페즈는 몸쪽 공을 구경도 못해봤다. 현대 투수들은 처음부터 끝까지 바깥쪽 승부다. 바깥쪽 공을 억지로 잡아당기거나 취향에 안 맞게 밀어치려니 좋은 타구가 안나온다.

로페즈의 타구 방향이 왼쪽으로 간 것은 한국시리즈 1차전 6회 좌월 홈런이 유일하다. 이 것도 바깥쪽 공을 잡아당겨서 만든 홈런이다.

4경기 동안 11타수 1안타(타율 0.091) 2타점. 두산과의 플레이오프 최우수선수(MVP)의 체면이 말이 아니다. 벌써부터 퇴출이 확정적이라는 말이 흘러나온다.

브룸바 역시 아웃코스 공에 고전중이다. 1, 2차전에서 브룸바에게 2개의 홈런을 내주며 호된 맛을 본 삼성 투수들은 인코스는 포기하고 극단적으로 바깥쪽으로만 승부하고 있다. 스트라이크존 끝에 살짝살짝 걸치는 볼들은 쳐도 장타를 허용할 위험이 적다. 볼이 선언돼도 거르면 그만.

4번타자 브룸바는 대구 원정 2경기에서 타점 없이 8타수 무안타 삼진 4개의 참담한 성적을 거뒀다. 바깥쪽 공이 스트라이크로 선언되면 애꿎게 심판에게만 화풀이.

브룸바 역시 이번 시리즈에서 15타수 2안타(타율 0.133)에 2홈런 2타점으로 부진하다. 홈런 2개를 제외하면 안타가 없다.

용병 타자들의 바깥쪽 공략 미숙은 현재로선 해결 방법이 없다. 타자가 하루아침에 바깥쪽 공을 잘 칠 순 없는 일. 투수의 실투만 바랄 뿐이다.



김상수 ss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