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원 A씨는 퇴직한 뒤 재작년에 프랜차이즈 중식당을 열었다. 장사가 잘 되자 그는 작년에 사채와 은행대출 등을 얻어 서울 동대문과 경기 구리시 등에 점포를 4개 더 냈다. 하지만 올해 들어 매출이 급격히 떨어지면서 심한 자금압박을 받고 있다.
남들이 부러워하는 목 좋은 곳에 있지만 매출은 예년보다 30% 줄었다며 물가는 오르고 임대료, 종업원 급여는 그대로여서 죽을 맛이라는 게 A씨의 말이다. 그는 매장을 2개로 정리하려고 해도 사려는 사람이 없어 고민이다.
서울 중구 다동에서 11년째 고깃집을 운영하는 손종탁씨(45)는 올여름에 첫 적자를 냈다. 27일 저녁식사시간에도 예약은 단 두건.
경기 불황으로 잘 나가던 음식점마저 휘청거리고 있다. 주택가 골목의 영세한 식당가는 말할 것도 없다. 여기다 소득세부가세 공제율이 낮아지면서 세금부담이 늘어나고, 일부 음식점들은 신용카드 수수료마저 두 배로 오르자 장사 못해먹겠다는 소리가 저절로 나온다.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강남동태찜은 동태탕이 6000원으로 값도 싸고 맛좋기로 소문이 난 곳이지만 추석 이후 고객이 30%나 감소했다. 이곳은 최근 직원을 두 명 줄였다.
강남 테헤란로의 식당 중에는 권리금을 면제해줘도 인수하려는 사람이 없어 보증금이 소진된 깡통 식당도 상당수라고 부동산 중개업자들은 전했다.
음식점들의 위기는 장기 불황이 가장 큰 원인이다. 여기다 올해 들어 신용카드 매출의 경우 부가세에서 카드사용금액의 2%를 공제해주던 것을 1%로 낮추면서 세금부담이 커진 것도 음식점을 압박한다.
올 9월 말 현재 자영업자들이 은행에서 돈을 빌린 뒤 제때 갚지 않은 원금과 이자 총액(연체 잔액)은 2조6000억원으로 지난해 12월 말(1조8000억원)보다 44%가량 늘었다.
이렇게 되자 문을 닫거나 휴업을 하는 음식점들이 크게 늘고 있다. 전국 45만개 회원사를 가진 한국음식업중앙회 계산으로는 올해 들어 9월까지 휴업하거나 폐업한 음식점이 15만7411개다. 이 협회에 속하지 않은 17만여개의 영세한 음식점까지 합하면 그 수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한국음식업중앙회 산하 5만여명의 식당 주인들은 다음달 2일 서울 여의도에서 대형 솥뚜껑 400여개를 모아놓고 생존권 사수를 위한 궐기대회를 열 예정이다. 이 협회 박영수 부회장은 경기도 나쁜데 올해 들어 세금이 더욱 무거워져 1만원어치를 팔면 17001800원이 세금으로 나간다면서 정부가 세금을 낮춰줘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