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출범 이래 가장 두드러진 사회적 변화는 반()엘리트주의와 반지성주의의 표출로 국가적 난제를 타개하기 위한 이성적 대화의 장()이 없는 것은 큰 문제이다.
이인호(명지대 석좌교수) 서울대 명예교수는 29일 서울대 교수협의회(회장 장호완)가 주최한 대토론회에서 지성의 위기와 그 역사적 배경이란 주제발표를 통해 이같이 지적했다.
이날 토론회는 서울대 교수협의회가 매년 갖는 연례행사로 우리는 미래를 준비하고 있는가라는 주제로 서울대 법대 100주년 기념관에서 열렸다. 토론회에서는 한국사회가 직면한 위기와 이를 극복하기 위한 현실적 처방, 대학의 역할 등을 둘러싸고 활발한 논의가 진행됐다.
이 명예교수는 향후 한국의 지식인들은 개혁의 이름으로 포장된 여러 얼굴의 폭력 앞에서 지적, 도덕적 중심을 잃지 않고 사회가 이성적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돕는 마음의 대비를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병준()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초빙교수는 변화하는 국제사회와 한국의 진로라는 주제발표에서 세계 각국은 미국 중심의 군사적 단극화 체제 및 경제적 세계화 하에서 자국 안보 및 경쟁력 확보, 국가정체성 유지를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는데 한국은 이에 역행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젊은 세대의 미국 비판이나 자주성 강조는 외환위기 이후 형성된 상처받은 민족주의의 표출이라며 향후 국제관계에 있어 감정적 접근이 아닌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며 한국이 지식과 문화 경쟁력에 기초한 연식 국력(soft power)을 추구한다는 이미지를 국제사회에서 고양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또 정운찬() 서울대 총장은 한국사회의 미래와 대학의 과제란 주제의 발표를 통해 장차 우리 사회에 닥쳐올 예측불허의 도전을 감당할 수 있는 훌륭한 인적 자원을 길러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정 총장은 한국 대학은 모방을 통한 양적 팽창에서 (지식) 창조를 통한 질적 성장으로 거듭나야 한다며 이를 위해서는 과감한 교육투자, 기초학문 지원, 중등교육과 고등교육의 긴밀한 연계, 대학 자율성 확보 등을 위한 정부와 사회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