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야구협회가 고교야구대회를 일방적으로 축소하려고 해 큰 파문이 일고 있다.
야구협회는 9일 이사회를 열고 대통령배, 청룡기, 황금사자기, 봉황기의 4개 전국대회와 무등기, 대붕기, 화랑기, 미추홀기(이상 개최 순)의 4개 지방대회를 각각 2개씩으로 줄여 격년제 개최를 의결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격년제 개최안은 지난해까지 대회 수를 늘려온 방침을 갑자기 뒤집은 것인 데다 공동주최사인 해당 언론매체의 의견은 무시한 채 야구협회가 단독으로 추진하는 것이어서 상식적인 절차를 무시한 횡포라는 지적이다.
야구협회는 지난해 인천 지역대회인 미추홀기 신설을 승인하는 등 그동안 고교야구 대회 수를 늘리는 데 주력했다. 65년 대통령배가 생기기 전까지만 해도 일본처럼 전국대회는 황금사자기와 청룡기의 2개, 지역대회는 화랑기의 1개뿐이었지만 야구협회가 앞장서서 대회를 늘려왔던 것. 그러다가 올 들어 갑자기 대회 수를 줄이겠다고 나선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처사다.
이에 대해 야구협회는 미추홀기 신설은 이내흔회장이 이끄는 현 집행부가 들어오기 전 대의원 총회에서 의결한 사항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영속성을 가져야 할 협회의 정책이 집행부 구성원에 따라 수시로 뒤집힌다면 문제가 있다.
대회의 개최 여부를 야구협회가 단독으로 결정하는 것도 상식을 무시한 처사. 공동주최사인 언론매체의 전폭적인 후원이 없었다면 해방 이후 걸음마를 시작한 한국 고교야구가 7,80년대의 황금기를 거쳐 오늘날의 성숙기를 맞이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따라서 대회 축소 같은 중요한 문제를 결정하기에 앞서 공동주최사와 충분한 협의를 거쳐야 했다. 공동주최사를 배제한 이사회의 결정은 법적 구속력이 없다는 지적도 있다.
이상현 야구협회 사무국장은 전국체전까지 포함하면 한 해에만 9개의 대회가 있다보니 잦은 경기 출전으로 인한 선수의 혹사와 수업 결손, 경기력 저하가 문제돼 왔다며 고교대회의 위상 강화와 인기 만회를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고교야구가 회생하려면 대회 축소보다는 팀을 늘려 저변을 확대하고 경기의 질을 높이는 노력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게 야구인들의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