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가장 오래 산 것으로 확인된 사람은 프랑스의 잔 칼맹 할머니다. 1875년 2월 21일에 태어나 122년 5개월 2주를 살고 세상을 떠났다. 21세에 결혼해 딸 하나를 두었는데 외손자보다도 37년이나 더 살았다. 생활 습관이 썩 좋았던 건 아니다. 그녀는 매주 초콜릿 2파운드를 먹고 117세 때까지 담배를 피웠다. 성격은 낙천적이었다. 어떤 일에 대해 어찌해 볼 수 없거들랑 더 이상 그 일을 걱정하지 말라가 좌우명이었다.
어느 나라에서나 100세가 넘는 장수()노인은 대부분 여성이다. 지금까지 나온 연구결과를 종합해 보면 유전적 환경적 요인이 모두 남성에게 불리하다. 남성은 젊은 시절 경쟁적 공격적 성향이 강해 사고나 자살로 인한 사망률이 높다. 한국에서는 100세 이상 인구에서 여성이 남성보다 11배 많다. 전쟁 탓도 있다. 여성이 남성보다 면역세포도 더 많다. 여성 호르몬이 심장병 예방과 암세포 억제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남녀 관계 연구로 유명한 앨런 피스, 바버라 피스 부부는 남성의 수명이 짧은 이유를 은퇴 후 자기 관리를 잘못하는 데서 찾는다. 직장을 그만둔 남성은 심한 스트레스를 받는다. 스트레스에 많이 시달리는 직업을 가졌던 남성일수록 은퇴 후 일찍 죽는다. 은퇴한 남성은 정체성을 상실한 것처럼 정신적으로 위축되고 활력을 잃으면서 신체의 저항력이 함께 떨어진다. 이에 비해 여성의 정체성은 남성보다 훨씬 다면적()이다. 보호자, 어머니, 할머니, 가정주부, 사교가, 친구, 아내, 애인, 종교인, 요리사. 여성의 다면적 삶에서 은퇴란 없다. 돈벌이 직장은 그만두었지만 더 재미있는 삶이 기다린다.
여성이 스트레스를 다루는 솜씨도 건강 코드에 가깝다. 남성은 스트레스를 받으면 폭음 과식을 하고 줄담배를 피운다. 여성은 장을 보거나 이웃과 수다를 떨다가 한바탕 웃는다. 많이 웃으면 엔도르핀이 솟아 고통을 덜어 주고 면역체계를 강화한다. 여성은 꼬부랑 할머니가 돼도 집안일을 하며 몸을 움직이기 때문에 건강에 좋다. 불리한 유전인자를 타고난 남성이 생활관리도 잘못하면서 어찌 여성보다 오래 살겠나.
황 호 택 논설위원 hthw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