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표기 한국요구 수용말라

일본 외무성이 일본에 취항하는 세계 34개 항공사에 일본해 대신 동해로 표기해줄 것을 요청한 한국정부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말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낸 사실이 21일 확인됐다.

일본 외무성은 항공기 내 책자와 비행항로 안내 화면에 일본해(Sea of Japan)만을 표기할 것을 요구했다.

이는 지난해 8월 한국 건설교통부가 동해(East Sea) 표기를 요구하는 공문을 각국 항공사에 보낸 데 대한 대응 조치로 보인다.

일본 외무성은 공문에서 일본해 표기를 동해로 수정해달라는 한국 건설교통부의 공문을 받으면 일본 정부의 입장에 유의해 대처해 주기 바란다며 앞으로도 해당 해역 명칭은 일본해 1개만 사용해 줄 것을 강력하게 요청한다고 밝혔다.

이 공문은 일본해 명칭만 사용해야 하는 근거로 2000년 세계 60개국 지도를 조사한 결과 97% 이상이 일본해로 표기했고 지난해 8월 유엔국제민간항공기구(ICAO)가 일본해를 단일 호칭으로 유지한다고 밝힌 점을 들었다.

이 공문은 미국의 델타와 노스웨스트를 비롯해 에어프랑스, 중국동방항공, 에어캐나다, 루프트한자, 싱가포르항공, 에어인디아 등에 발송됐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도 이 공문을 받았다.

건교부는 지난해 8월 일제강점 이전에는 동해 표기가 우세했고 일본해 표기에 대해 한국 국민의 반발이 강하다는 점을 들어 한국 취항 항공사들에 동해로 표기해줄 것을 요청한 바 있다.

사이버외교사절단 반크(www.prkorea.com)는 일본 외무성의 주장대로 2000년에는 지도의 97% 이상이 일본해만 기재했지만 요즘은 동해를 함께 표기하는 지도가 늘고 있다며 지난달 26일 세계 항공기 조종사들이 운항에 참고하는 항공 지도제작사인 미국의 젭슨사()도 일본해 대신 동해로 표기하겠다고 밝혔다고 말했다.

지명과 관련해 가장 권위 있는 국제기구인 유엔지명전문가회의(UNGEGN)의 나프텔리 캐드먼 위원장은 지난해 동해와 일본해 병행 표기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해 4월에 열린 제22차 유엔지명전문가회의는 한일 양자 및 다자간 해결책 마련을 권고하기도 했다.

박형준 love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