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는 2차 세계대전 때 강제 동원된 징용자들의 미지불 임금 공탁금이 존재한다는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관련 자료 공개를 계속 거부하고 있다.
한국인 등 피해자의 국적별 현황과 국가별로 집계한 미지불액 총액은 물론 현재 정부 어느 부처에 관련 자료가 보관되어 있는지조차 공개하지 않고 있다.
23일 일본 사회당 후쿠시마 미즈호() 참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후쿠시마 의원의 관련 자료 요구에 대해 발견 불가 확인 불가 분류 곤란 등 핑계를 대며 모두 거부했다.
후쿠시마 의원은 지난해 10월 대정부질의를 통해 전시에 강제 동원된 23만여 명의 한국인 중국인 등의 미지불 공탁금으로 일본은행에 현금 1억6779만1400엔 유가증권 4735만5600엔 등 총 2억1514만7000엔(2004년 9월 30일 현재)이 보관되어 있는 사실을 최초로 밝혀냈다.
후쿠시마 의원은 이어 후생성 노정국()이 1946년 10월 미 점령군 사령부 명령에 따라 각 기업에 징용자 미지불 임금을 일본은행에 공탁하도록 지시한 뒤 제출받은 보고서를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당시 일본 정부가 조선인 노무자 등에 대한 미지불금에 관한 건이란 지시를 내리며 동시에 보고토록 한 내용은 공탁서 번호 공탁 연월일 공탁한 곳 수취인 이름과 본적지 고용 또는 해고 시기와 사유 미지불금 명세 등이다. 이 보고서의 내용이 밝혀지면 강제동원의 전모가 상당부분 밝혀지게 된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지난해 12월 10일 후쿠시마 의원에게 보낸 답변 자료를 통해 1991년과 1999년 두 차례 당시의 노동성과 지방자치단체 노동기준국에 대해 조사했으나 보고서가 발견되지 않았으며 현 시점에서 전 부처에 걸쳐 조사하는 것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는 것이다.
현재 일본은행에 보관 중인 미지불 공탁금 명세에 관해서는 명세서는 당시 공탁소인 도쿄법무국에서 일본은행으로 옮겨져 보관 중이라면서도 명세서를 전부 조사, 정리해 국적별로 집계하는 작업은 방대한 것이라 답변하기 곤란하다며 사실상 공개 자체를 거부했다.
일본 정부는 한일협정 당시 청구권 포기 조항에 따라 개인별로 지급되지 못한 채 현재 보관 중인 미지불 공탁금에 관해 특단의 조치는 생각하고 있지 않으며 계속 보관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민권 변호사 출신의 후쿠시마 의원은 종전 60주년인 올해는 일본이 과거 역사를 청산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면서 일본 정부의 무책임한 자료 은폐를 질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