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 나라와 사이좋게 지내기는 전쟁보다 어려운가 보다. 3500km의 국경을 맞댄 중국과 인도도 그런 사이다. 특히 코끼리로 지칭되는 인도인들의 중국에 대한 감정은 미묘하다. 영토분쟁의 희생자라고 여기면서도 200년 전의 잠깐을 빼고는 우리가 중국보다 잘살아 왔다는 우월감이 있어 중국을 라이벌로 본다.
수치로 따지면 어림없다. 2003년 중국의 1인당 평균소득은 1100달러, 인도는 530달러다. 1991년부터 2003년까지 중국의 국내총생산(GDP)은 연평균 9.7%씩 성장한 반면 인도는 5.8%였다. 세계의 용으로 뜬 중국의 정상 등극은 시간 문제로 보는 이도 있다. 그래도 인도는 자신만만하다. 인구라는 잠재적 자산 때문이다.
50년 후까지 인구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거의 유일한 나라가 인도다. 인구증가율이 중국의 두 배인 1.6%이고 평균연령은 중국의 33세에 비해 창창한 26세다. 이들이 노동시장에 뛰어들면 경제적 폭발력은 엄청날 게 분명하다. 영어 잘하는 100만 정보기술자들은 선진국 화이트칼라의 일감까지 뺏어 오는 추세다. 영국의 이코노미스트지가 인도는 더 이상 덩치만 큰 코끼리가 아니라 호랑이라 한 것도 이런 이유다. 반면 중국은 선진국과 달리 부자가 되기도 전에 가난해질지 모르는 역시 유일한 나라로 꼽힌다. 1자녀 정책이 지나치게 성공한 탓에 2020년 중반이면 노동인구가 줄 전망이다.
그런데도 만모한 싱 인도 총리는 올 초 차이나 모델을 선언했다. 창업 한번 하려면 89일이나 걸리는 규제 왕국을 41일 걸리는 중국처럼 바꾸지 않고선 세계경제에서 살아남기 힘들다는 분석이다. 정보기술자 테크노 쿨리(cooly)와 세계의 공장을 합치자고 용과 호랑이가 손을 잡은 것이다. 용호상박() 아닌 용호악수()에서 우리가 배울 건 개방과 규제개혁만은 아닌 것 같다. 2세 출산과 교육이 핵무기보다 뛰어난 인간무기 개발이라는 점도 배워야 한다.
김 순 덕 논설위원 yur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