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청(현 한국철도공사)의 러시아 사할린 6광구 유전개발 투자 실패를 계기로 러시아 정부가 추진 중인 유전개발 프로젝트에 국제사회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특히 민간기업의 컨소시엄 형태로 착수됐던 유전개발 사업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에너지산업 보호 정책에 따라 정부 주도로 성격이 바뀌면서 사업에 참여했던 국가들의 에너지 확보 계획이 차질을 빚고 있다. 사할린 6광구 유전개발 이외에 러시아 측과 4건의 주요 에너지 협력사업에 합의한 한국도 러시아 정부의 정책 변경과 사업성 결여 등으로 아직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러시아 가스전 사업의 국유화?=한국으로서는 실현 가능성이 가장 높은 것으로 평가되던 시베리아 코빅타 가스전의 가스 도입이 무산될 위기를 맞고 있다.
러시아 정부가 최근 이 가스전에서 생산될 물량을 전량 내수용으로 공급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기 때문이다. 사업 주체도 영국의 브리티시페트롤럼(BP)에서 러시아 국영가스공사(가스프롬)로 넘어갈 가능성이 커졌다.
당초 이 사업은 시베리아 이르쿠츠크 인근의 코빅타 가스전을 한국과 러시아 중국이 공동 개발해 이르쿠츠크중국서해평택을 잇는 4200km의 가스관으로 중국과 한국에 가스를 공급하려는 계획이었다. 한국은 2008년부터 30년 동안 해마다 700만 t의 파이프라인천연가스(PNG)를 안정적으로 공급받는다는 것이었다.
한국과 러시아는 1999년 5월 김대중() 대통령의 러시아 방문 당시 이 사업에 합의했고 2003년 11월엔 타당성 조사까지 마쳤다. 지난해 9월 노무현() 대통령의 방러 때도 이 사업의 계속 추진을 다시 확인했다.
그러나 러시아와 중국의 가격협상이 결렬되고 러시아 정부가 국내의 통합가스공급망(UGSS) 계획을 수립하면서 이 계획은 백지화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러시아 정부는 그 대신 한국과 중국에 사할린산 가스의 공급을 제안할 예정이다.
일부 가스 도입 사업은 예정대로?=사할린 2광구 가스전에서 생산된 액화천연가스(LNG)의 국내 도입은 예정대로 이뤄질 전망이다. 한국가스공사는 이미 사할린 2광구 가스를 2008년부터 연간 150만 t 이상 들여오기로 결정하고 이달 말까지 러시아 측과 협상을 마칠 예정이다.
한국석유공사(KNOC)도 지난해 러시아국영석유공사(로스네프티)와 두 건의 유전 공동 탐사개발에 합의하고 양해각서(MOU)를 교환했다. 그러나 KNOC는 이 중 사할린 3광구의 베닌스키 광구는 기술평가 결과 사업성이 낮다고 판단해 참여를 포기했다.
그 밖에 서()캄차카 유전 개발사업에는 계속 참여키로 결정하고 2월에는 지질탐사작업을 위한 중간 재정지원 합의에 서명했다. 서캄차카 유전의 추정 매장량은 7억5000만 t. 러시아 에너지업계 소식통에 따르면 KNOC는 지질학적 탐사 비용 대부분을 부담하는 대신 유전 개발사업 지분의 40%를 갖는 조건으로 이 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