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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삼돌이

Posted May. 09, 2005 2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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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영진의 뮤지컬 시집가는 날이 생각난다. 맹 진사 댁 딸의 혼사()에 얽힌 얘기다. 이 뮤지컬에 주인공 못지않은 비중으로 등장하는 인물이 있다. 삼돌이다. 맹 진사 내외와 딸 갑분이를 지극 정성으로 모시는 이 집의 머슴이다. 삼돌이는 갑분이가 김 판서 댁에 시집가게 됐다는 소식에 덩실덩실 춤춘다. 하지만 곧 신랑감이 변변치 못하다는 소문을 듣고는 아이고, 우리 아씨 망했구나라며 대성통곡을 한다.

우리의 옛 생활을 그린 소설이나 영화, 뮤지컬에는 삼돌이가 많다. 주인마님을 떠받들며 그 품 안에서 평화롭게 사는 남정네를 지칭한다. 얼마 전 나온 마님 되는 법이란 책의 키워드도 삼돌이다. 여성이 남성을 다스리며 사는 노하우를 담은 책이다. 우선 좋은 삼돌이를 골라야 한다. 인물은 못생겨도 괜찮지만 거짓말하거나 너무 효자인 삼돌이는 안 된다는 등의 내용이 들어 있다.

한 결혼정보업체가 미혼여성 345명에게 미래 남편에게 가장 기대하는 것이 무엇이냐고 물었더니 51%가 삼돌이형을 꼽았다고 한다. 높은 연봉이나 좋은 집안보다 집안일을 분담하는 등 외조()를 잘해주는 부담 없는 남자가 더 좋다는 것이다. 미혼 남성 407명 중 34%는 기꺼이 그런 삼돌이 역할을 할 용의가 있다고 대답했다. 성공한 여성이 늘어난 데다 그만큼 성()역할 구분도 모호해진 탓일 게다.

조건 좋은 남자를 만나 평생을 대감처럼 받들고 살기보다 조건은 다소 떨어지더라도 삼돌이 같은 사람을 만나 마님처럼 살고 싶다는 한 미혼여성의 말이 재미있다. 하기야 대감 같은 사람을 만나 삼돌이로 훈련시켜 살 수 있다면 그 편이 나을 듯도 싶다. 조강지처()란 말이 있다. 지게미와 쌀겨를 먹으며 남편을 위해 온갖 고생을 다하는 아내를 가리키는 말이다. 하지만 이제는 조강지부()라는 말이 나올지도 모르겠다. 시집가는 날은 일명() 삼돌이를 만나는 날이고.

송 영 언 논설위원 younge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