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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 내부 자중지란

Posted June. 02, 2005 0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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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탓이오. 행담도 개발사업 지원 의혹 등이 꼬리를 물고 있지만 정작 여권 내에선 네 탓 공방만 계속되고 있다. 내 탓이오를 외치며 여권 전반으로 확산된 위기 국면의 수습에 나서기 보다는 누구 때문에 안 된다는 상호 비방전만 난무하는 실정이다. 여권의 한 인사는 서로 책임을 미루는 상황이 계속되면 레임덕(권력누수현상)이 본격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 청-정부 탓이야

지난달 30, 31일 전북 무주리조트에서 열린 당 의원•중앙위원 워크숍에선 청와대와 정부를 성토하는 목소리가 쏟아졌다. 당이 주요 현안의 결정 과정에서 배제되면서도 정치적 책임은 같이 질 수밖에 없는 현실에 불만이 터져 나온 것.

수도권의 한 초선 의원은 워크숍에서 많은 대통령 위원회와 청와대 보좌진에 대해 책임을 묻는 인적 쇄신이 필요하다고 목청을 높였다. 강기정() 의원도 앞으로 (당은) 정부에 얘기할 건 확실히 얘기해야 하고 끌려 다니면 안 된다고 가세했다.

특히 의원들은 청와대와 정부가 정책 기획을 주도하면서도 당에 법안 처리의 짐만 떠넘기는 관행을 문제 삼았다. 실제 최근 발표된 자영업 대책 등은 아예 당과 사전 협의조차 없었다는 후문이다.

이미경() 상임중앙위원은 1일 확대간부회의에서 지금까지 당정 협의는 정부가 통과시킬 법안에 대한 통과의례에 그쳤다고 비판했다. 한 초선 의원도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의 경우 정작 법안을 다룰 의원들을 배제한 채 법안이 마련되면 무조건 통과시키라는 분위기다라며 중요한 정책 구상은 청와대가 도맡고 당은 설거지만 하고 있다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 위원회 탓이야

정부 집행부처의 불만도 적지 않다. 주요 정책 결정에 대한 소외감이 크다. 청와대와 대통령자문위원회가 주요 현안의 기획 작업을 주도하는데도 정부 부처는 철저히 배제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현 정부의 역점 사업인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과 공공기관 지방이전 작업은 물론 서남해안개발사업(S프로젝트) 등은 대통령자문 국가균형발전위원회와 동북아시대위원회가 도맡아 해 온 게 사실이다. 정부 부처의 한 관계자는 대통령자문기구가 일을 다 벌여놓고 설거지는 우리가 다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불만을 토로했다.

특히 건설교통부 관계자들은 최근 철도청(현 한국철도공사)의 유전개발 사업, 한국도로공사의 행담도 개발 등이 문제가 되면서 건교부에 대한 책임론이 제기되자 한 것도 없는데 책임지라고 닦달하면 어떻게 하느냐고 푸념했다.

♦ 왜 우리 탓이야

청와대와 대통령자문기구 역시 억울하다는 반응이다. 실상을 잘 모르고 무조건 청와대와 대통령자문기구 탓만 하며 몰아세우는 것은 곤란하다는 지적이다.

김우식() 대통령비서실장은 1일 대통령비서실 직원 조회에서 세부적인 문제에 우리가 직접 관여하지 않은 일임에도 불구하고 무슨 일이 터지면 결국 모두 다 청와대 탓으로 돌리려는 현실을 피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정연욱 jyw1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