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간 큰 가족은 통일 자작극이라는 아이디어 하나에 목숨을 걸고 웃기지, 웃기지 한다. 짙은 영혼의 소유자 감우성이 완전히 망가지며 몸을 바쳤고, 코미디 보증수표 김수로가 침을 튀겨 가며 애드리브를 난사한다. 정말 이 둘이 아니었다면 이 영화, 간도 크다는 얘기를 들을 뻔했다.
실향민 김 노인(신구)은 북에 두고 온 아내와 딸을 만나는 게 소원이다. 어느 날 김 노인은 간암 말기 판정을 받게 되고, 큰아들 명석(감우성)은 아버지에게 50억 원짜리 땅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통일이 되지 않으면 전 재산을 통일사업에 기부 하겠다는 아버지의 유서를 확인하고 난감해 하던 명석. 그는 유산을 상속받기 위해 3류 에로비디오 감독인 동생 명규(김수로)와 짜고 가짜 TV 뉴스와 신문을 만들어 통일 자작극을 벌인다.
통일 자작극이란 아이디어는 분단 상황인 한국에서 반짝이는 영화 소재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문제는 이 영화 속 대부분의 에피소드들이 스스로의 생명력을 갖지 못하고 이 기획성 아이디어에 코가 꿰어 끌려 다닌다는 데 있다. 어설픈 자작극에 김 노인이 매번 속아 넘어간다는 사실 자체가 관객으로선 믿어지지 않는다. 결국 통일 자작극으로 웃기려던 영화는 김 노인이 오매불망 외치는 통일마저 희화화하고 마는 것이다. 영화가 종반에 접어들면서 웃음에서 감동으로 그 모드를 바꿀 때조차 어떤 이야기의 힘이 아닌, 오로지 배우 신구의 연기력에 기댈 수밖에 없는 것도 웃음의 소재인 통일자작극이 감동의 소재인 통일까지 오염시켜 버린 탓이다.
알포인트 거미숲으로 자의식을 파고 또 파 들어 가던 감우성은 이번에 아줌마 파마머리에다 여중생 깻잎머리까지 해가며 관객을 즐겁게 했다. 그러나 그의 이번 선택은 배우로서의 변신과 연기 폭의 확대라기보다는 왠지 잠시 쉬어 가는 것처럼 느껴진다. 또 에로배우로 출연하는 신이의 또 그런 연기는 슬슬 질리기 시작한다.
이 영화는 한국영화 최초로 일부 장면을 북한에서 현지(금강산의 온정각 휴게소와 김정숙 휴양소, 목란관 등) 촬영하는 성과를 거뒀다. 또 간 큰 마케팅을 하겠다며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과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의 머리를 망치로 후려갈기는 두더지 게임을 인터넷 홈페이지에 설치해 어떻게든 논란을 만들고자 노력하기도 했다. 외피를 부풀리려는 이런 정력의 일부를 알맹이를 다지는 데 쏟았더라면 한결 더 좋았을 것이다. 조명남 감독의 데뷔작. 9일 개봉. 12세 이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