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전말=서울 시내 모 학원재단 소유자인 이모 씨는 2001년 12월 당시 NAB 서울지점 자금부 차장 최모(39) 씨에게서 우리 은행에 돈을 맡기면 다른 은행보다 높은 금리를 주고 특별우대금리도 주겠다는 말을 듣고 2003년 4월까지 565억여 원을 정기예금 명목으로 최 씨에게 맡겼다.
그러나 최 씨는 이 돈을 은행에 예치하지 않고 개인적으로 주식과 선물, 옵션 등에 투자해 모두 515억여 원을 날렸다.
최 씨는 이 과정에서 NAB 서울지점에서 이 씨의 돈을 건네받는 한편 지점장의 인감도장을 위조해 이 씨를 속였다. 또 이 씨가 일부 정기예금에 대해 중도해지 의사를 표시하면 이를 즉시 돌려주기도 했다.
최 씨의 사기극은 2003년 5월 이 씨 소유 학원재단의 세무사가 NAB 명의의 원천징수영수증이 위조됐다는 사실을 발견하면서 들통이 났다.
법원 판결=서울중앙지법 민사12부는 2월 4일 이 씨 측이 최 씨와 NAB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최 씨는 443억 원 및 지연이자를, NAB는 이 가운데 360여억 원 및 이에 대한 지연이자를 최 씨와 연대해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NAB의 배상액 중 3분의 2에 대해 가집행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NAB가 최 씨의 사용자로서 사무감독을 소홀히 한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NAB는 1심 판결에 항소하면서 강제집행 정지 신청을 냈고 서울중앙지법 민사13부는 공탁금 53억여 원을 내는 조건으로 이를 받아들였다.
문제점=NAB는 직원들에게 파격적인 퇴직위로금을 주고 서울지점을 폐쇄할 방침인 것으로 지난달 국내 언론에 알려졌다.
NAB 서울지점 관계자는 늦어도 올해 말까지 업무 정리를 마치고 한국에서 철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이 씨 측은 판결이 확정되더라도 손해배상금을 받아내기 어려워질 수도 있게 됐다.
NAB의 국내 자산이 남아 있지 않으면 호주에서 NAB 본사를 상대로 별도 소송을 제기해야 하기 때문이다.
서울고법의 한 판사는 법률 체계는 대부분 자국민 중심이어서 외국에서 국내 법원의 판결이 그대로 집행되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법원이 NAB의 강제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인 것에 대해서도 논란이 일고 있다. 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판결에 나타난 배상액에 훨씬 못 미치는 적은 금액만 공탁하게 하고 강제집행 정지 신청을 받아 준 것은 이례적이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NAB가 국내에서 채권 채무관계를 모두 정리하지 않으면 폐쇄 허가를 내주지 않을 방침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