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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신데렐라? 왕자님 만날 확률 단 1%

Posted June. 16, 2005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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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의 김삼순(김선아) 사랑찬가의 오순진(장서희), SBS 온리유의 차은재(한채영) 돌아온 싱글의 정금주(김지호). 최근 일제히 시작된 드라마들의 주인공인 이들은 노처녀, 미혼모. 이혼녀임에도 당당하게 인생을 살아가는 진취적 여성으로 그려진다.

그러나 한꺼풀만 벗겨보면 이들이 궁극적으로 다다를 지점은 백마 탄 왕자와의 결혼. 문화평론가 김헌식 씨는 드라마가 결국 호텔 그룹 총수 아들인 현진헌(현빈내 이름은 김삼순), 자회사만 30여 개인 대기업 후계자 한이준(조현재온리유), 재벌3세 강새한(전광렬사랑찬가) 등 재벌2세나 상류층 남자와 만나 사랑에 빠지는 뻔한 결말로 귀결된다고 지적했다. 여주인공의 얼굴만 다를 뿐 지난해 히트했던 SBS 파리의 연인, KBS 풀하우스 등 신데렐라 드라마의 확대재생산이라는 것.

식상하기 쉬운 신데렐라 드라마가 주기적으로 제작되는 까닭은 간단하다. 온리유 시청자 이소영(여33)씨는 드라마를 보면서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하면서도 한편으로는 현실 속 나에게도 저런 일이 생길 수 있다고 상상한다고 말했다.

사회 경제적으로 등급이 매겨지는 결혼의 현실

삼성, LG, 현대 등 재벌가와 50여 개 기업 최고경영자(CEO)의 혼맥을 연구한 김진방(경제학) 인하대 교수는 1980년대 이후 재벌가는 주로 재벌가와 혼맥을 형성했다며 중산층의 일반인이 재벌과 결혼한 사례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일반적인 인식으로 신데렐라형 드라마 여주인공들이 갖춘 경쟁력이 어느 정도인지를 알아보기 위해 결혼정보회사 선우에 의뢰해 삼순, 은재, 금주, 순진의 배우자 지수(프로필)를 뽑아냈다. 배우자 지수란 맞선을 의뢰한 회원들의 경쟁력을 점수로 표현하는 특허등록 프로그램. 직업 학력 등 사회 경제 지수와 외모, 키, 몸매의 신체매력지수, 가정환경 지수를 합친 것으로 100점 만점에 점수가 높을수록 우월한 것이다.

이 프로그램에 따르면 온리유 내 이름은 김삼순 돌아온 싱글 사랑찬가 여주인공들의 평균 점수는 70점(표). 하지만 같은 계산법에 재벌가 미혼 남성을 입력했을 경우 평균 점수는 90점을 넘는다. 결혼정보회사 관계자는 명문가로 등급 분류되려면 자산 50억 원 이상, 본인 전문직, 3급 공무원 이상의 부모, 소위 명문대나 유학파 출신, 빼어난 외모(여성의 경우 외모 비율 높음)를 모두 갖추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커플매니저들은 상위클래스 회원들은 자신과 같은 그룹의 사람을 만나길 원하기 때문에 일반 여성이 실제로 드라마 속 백마 탄 재벌2세 같은 남성과 만나게 될 확률은 10분의 1, 결혼할 확률은 100분의 1이라는 게 경험치라고 입을 모았다.

바늘구멍 통과하기의 꿈은 계속된다?

예외가 없는 것은 아니다. 특히 여성들의 경우 가족의 자산규모 등 사회경제적 지위로는 남성에 뒤지더라도 개성이 강한 의외성을 가진 성격 자기계발에 적극적이며 자신감 화려하기보다는 예쁘지만 단아한 인상 남을 배려하는 이해심이 있는 경우 서로 이질적인 그룹에 속했더라도 상향 매칭을 한다는 것.

커플매니저 전선애 씨는 상류층에 속하는 남성들의 경우 비슷한 환경에서 자란 도도하고 화려한 여성보다 평범하지만 매력 있는 여성에게 끌리는 경우도 있다며 김삼순의 의외성, 오순진의 귀여운 외모, 차은재의 저돌성은 실제로 백마 탄 왕자님에게 어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드라마의 신데렐라형 여주인공들이 적극적인 성격 못지않게 해외유학파 요리사, 마케팅 전문 웨이트리스 등 자립 가능한 신세대 전문 직종 종사자로 설정된 것도 자기계발에 적극적이며 해외 경험이 있을 경우 가산점을 주는 사회적 정서가 일정 정도 투영된 것이다. 물론 이들이 왕자님과의 결혼 후에도 여전히 땀을 흘리며 스파게티 국수를 삶고 케이크를 굽는 모습으로 그려질 지는 미지수이지만.



김윤종 zoz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