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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와 생명과학이 머리 맞대다

Posted June. 16, 2005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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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배아 줄기세포 연구를 놓고 견해차를 보여 온 서울대 황우석() 교수와 천주교 서울대교구장 정진석() 대주교가 15일 오후 서울 명동성당 주교관 집무실에서 만나 줄기세포 연구와 여성 난자의 사용 등 생명 윤리 문제에 대해 폭넓은 대화를 나눴다.

두 사람은 과학자는 어떤 경우에도 인간의 생명을 존중해야 한다는 원칙에 의견 일치를 보고 과학계와 종교계의 상호 이해를 위해 노력하기로 했다. 특히 두 사람은 배아 줄기세포와 성체 줄기세포의 보완적 연구가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이날 회동에서 정 대주교는 천주교는 수정을 인간 생명의 시작으로 보고 있으며 배아 파괴를 인간 파괴로 간주한다며 황 교수의 배아 줄기세포 역시 인간 배아로 규정한다고 말했다.

이에 황 교수는 난치병을 앓고 있는 환자한테서 직접 얻은 피부세포를 체세포 핵이식이라는 기술로 유도한 서울대 연구팀의 줄기세포는 난자와 정자의 결합이라는 수정의 과정을 일절 거치지 않았으며, 또한 착상의 가능성이 전혀 없어 생명으로 발전할 과학적 근거가 없다고 자세히 설명하며 이해를 구했다.

정 대주교는 첨단과학 연구는 종종 기존의 윤리 규정을 적용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은데 이 분야도 과학자로서 양심과 사회적 책임을 지켜 나갈 것이 강조되는 부분이라며 과학자로서 무엇보다 열린 자세를 지니고 사회의 우려와 권고를 최대한 수용하고 존중해 달라고 당부했다.

약 50분 동안 비공개로 진행된 이날 회동에는 황 교수팀의 일원으로 가톨릭 신자인 서울대 의대 안규리() 교수가 동석했다.

황 교수는 꾸지람을 받으러 왔는데 큰 축복과 가르침을 주어 은혜로웠다고 화답하며 대주교님이 향후 연구방향 설정에 많은 도움과 가르침을 주셨다. 앞으로도 연구진행 상황에 따라 대주교님을 자주 찾아뵙고 여쭙고 싶다고 말했다.

안 교수는 이날 회동 결과를 설명하면서 성체 줄기세포 연구로 치료하지 못하는 불치병 환자들이 있다. 성체 줄기세포든, 배아 줄기세포든 환자를 고치는 치료법이 적합한 치료법이다. 양쪽에 다 문을 열어놔야 한다고 밝혀 배아 줄기세포 연구를 계속해 나갈 뜻을 분명히 했다.

이날 회동이 종교와 과학 간 대화의 물꼬를 트는 계기가 됐지만 양측의 이견이 존재함을 드러내는 대목이다.



윤정국 jkyo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