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오후 뉴욕 맨해튼에 있는 코리아소사이어티(TKSThe Korea Society). 미국 고교 교사 25명이 한국과 실크로드를 주제로 TKS가 주관하고 있는 여름 강좌에 열중하고 있었다.
리처드 맥브라이드 워싱턴대 교수가 고구려 출신의 당나라 장군으로 사라센까지 정벌한 고선지(), 혜초() 스님, 해상왕 장보고, 원효대사의 아들 설총()에 대해 강의를 시작하자 이들은 꼼꼼히 메모하면서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은 계속 손을 들어 질문을 했다. 이들은 주로 사회, 세계사, 지리 같은 과목을 맡고 있는 교사들이다.
미국 학생들은 학교에서 한국에 대해 뭘 배우며, 수업 시간에서 한국 강좌는 어느 정도의 위치를 차지할까.
오후 강좌가 끝난 뒤 이들을 만나 봤다.
미국 교과서에서 한국 부분 비중은 중국이나 일본에 비해 너무 작다. 학생뿐만 아니라 교사도 한국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에 많이 다룰 수도 없다.
한결같은 대답이었다. 미국 교과서에서 한국 부분은 한 페이지가 넘지 않으며 언급되는 내용도 625전쟁이 사실상 전부라는 것. 대부분의 미국 학생들은 한국이 중국과 일본의 중간쯤에 있고, 625전쟁이라는 내전을 겪은 나라 정도로 기억하게 된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동아시아 경제가 빠른 속도로 성장하면서 중국에 대한 관심이 일본을 제쳤고, 그러면서 한국에 대한 관심도 과거보다 훨씬 높아졌다고 교사들은 최근 분위기를 전했다.
애리조나 주 데저트마운틴 고교 교사인 스티브 바더 씨는 동아시아 경제가 부상하는 상황에서 미국 학생들이 이 지역을 잘 알아야 앞으로 이들 국가와 사업이나 무역을 잘 할 수 있다며 얼마 전 학교에 동아시아 연구라는 별도 코스를 만들어 한국에 대한 내용을 가르치고 있다고 말했다.
대학 과목을 미리 이수하고 학점으로 인정받는 대학 과목 선이수(APAdvanced Placement) 수업에서는 한국에 대한 공부도 일부 이뤄지고 있다고 이들은 전했다.
한 교사는 삼성전자 휴대전화를 보여 주며 학생들이 한국산 휴대전화나 자동차를 보면서 관심을 키우기도 한다고 말했다.
대화하는 과정에서 기자가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규모가 세계 11위라고 말해주자 이들은 깜짝 놀라는 표정이었다.
교사들을 상대로 한 중국과 일본의 국가 홍보는 이미 자리를 잡은 상태. 뉴멕시코 주 앨버커키 고교에서 사회 과목을 가르치는 코니 허전스 씨는 올여름 한국 프로그램에 참여하기 전에 일본과 중국 정부가 주관하는 프로그램에도 참석했는데 3개국이 똑같은 현상이라도 각자의 스펙트럼을 통해 설명하는 점이 흥미로웠다고 말했다.
허전스 씨는 그동안 한국에 대해서는 경제적인 발전에 대해서만 알고 있었는데 이번 강좌를 통해 과거에 실크로드를 통해 무역에도 적극적으로 나서는 등 세계사에서도 중요한 위치를 차지했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알게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