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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한나라 폭로 도청문건 어디서 나왔나

2002년 한나라 폭로 도청문건 어디서 나왔나

Posted September. 27, 2005 0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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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11월 28일 당시 한나라당 김영일() 사무총장이 공개한 A4 용지 27장 분량의 문건에는 국가정보원이 여야 정치인과 언론사 사장, 일선 기자, 기업인 등 각계각층을 대상으로 도청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도청 시기는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이 한창이던 2002년 3월 8일부터 28일까지. 이른바 노풍()이 불면서 노무현 경선후보가 뜰 때였다. 실제 노 후보의 이름이 도청 자료 곳곳에서 등장했다.

당시 이 도청 자료는 누가 작성했고, 어떤 루트로 한나라당으로 흘러들어 갔을까.

김 총장은 국정원의 내부 자료를 입수했다. 구체적인 입수 경로는 내부 고발자 보호를 위해 밝힐 수 없다고 밝혔지만 정치권 안팎에선 정형근 의원이 배후로 지목됐다.

정보통인 정 의원이 국정원 측에서 자료를 입수해 몇 달간 보관해 오다 노 후보와 국민통합21 정몽준() 후보와의 전격적인 단일화 성사 후 제2의 노풍이 불 조짐이 일자 문건을 폭로하도록 했다는 것.

그러나 정 의원은 그 문건은 나와 상관이 없다고 주장해 왔고, 김 총장도 출처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었다. 끝내 출처는 드러나지 않았고 대선이 끝난 뒤 도청 공방도 유야무야 됐다.

하지만 그 이후 국정원에서는 우리가 도청한 게 맞다는 얘기가 심심찮게 흘러나왔다. 국정원의 한 관계자는 26일 한나라당이 폭로한 도청 문건은 국정원 문서 양식과 활자체는 다르지만 내용은 맞았다. 누군가 도청 자료를 메모한 뒤 문건으로 작성해 한나라당으로 넘겨줬거나 한나라당이 국정원 직원에게서 메모를 넘겨받아 다시 편집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때 국정원 내에서는 유출 용의자로 과학보안국 소속 모 과장이 지목되기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 소식통은 신건() 원장 재임 때에는 용의자로 지목된 그 과장에 대해 조사를 하지 않았다. 조사를 하게 되면 도청을 시인하는 꼴이 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소식통은 고영구() 원장이 취임한 뒤 조사가 이뤄졌을 가능성이 있지만 그 과장은 아직 현직에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사정 때문에 이번 검찰 조사에서 문건 유출자가 누군지 드러날 것에 대해 국정원 내에서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편 한나라당 이정현() 부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내고 당시 노 후보는 TV 토론에서 도청 문건은 사실이 아니고 한나라당 내 공작 전문가들이 만든 것이라고 단언했다며 이는 노 후보의 대통령 당선이 법적 정치적 도덕적으로 인정될 수 없는 중차대한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정용관 yongar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