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양각도 9홀 골프장 라운딩 해보니

기자 선생, 쇠채(아이언 클럽)는 몇 번을 사용하시갔습네까.

3일 오전 6시 10분 어둠이 막 걷힌 북한 평양 양각도 골프장의 티잉그라운드에 선 기자는 캐디의 낯선 질문을 받으며 페어웨이를 향해 아이언 티샷을 날렸다.

양각도 골프장은 2000년 4월에 개장한 파3의 9홀 코스로 제일 긴 홀이 147야드, 제일 짧은 홀이 67야드다. 그래서 티샷도 아이언으로만 한다.

그럭저럭 잘 맞았다고 생각했지만 한국 골프장에서라면 으레 터질 굿샷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98야드 7번홀에서 친 티샷이 그린에 올라가자 비로소 캐디가 나이스 숏을 외쳤다. 나중에 알았지만 북한 캐디는 함부로 나이스 숏을 남발하지 않는다.

그린피, 캐디피를 포함한 비용은 1라운드에 1인당 20유로(약 2만5000원). 골프클럽과 골프화 대여 비용도 포함된 가격이다. 하지만 골프공(3개들이 한 박스에 2유로약 2520원)과 골프장갑(15유로약 1만8900원) 구입 비용은 별도.

전동카트는 없고 빨간색 상하의를 입은 캐디가 손으로 끄는 수동카트만 사용된다. 캐디 1명이 동반자 4명을 동시에 보조하지만 카트에는 골프백을 2개까지만 실을 수 있어 한 백에 두 사람의 클럽을 같이 넣고 다닌다.

코스는 모두 직선이지만 좁은 페어웨이 중간에 나무가 솟아 있는가 하면 벙커가 깊고 바닥이 맨땅처럼 단단해 좋은 점수를 얻기는 힘들었다. 그린도 대부분 가운데 부분이 불룩한 형태여서 한번에 올리기가 쉽지 않았다.

한편 클럽하우스 우측에는 대동강을 향해 드라이버 샷을 날릴 수 있는 드라이빙 레인지가 별도로 설치돼 있어 색다른 즐거움을 줬다.

하태원 taewon_h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