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서울시내 각 구청 보건소가 독감 예방접종을 시작하자 이른 아침부터 많은 사람이 몰려 보건소가 북새통을 이뤘다. 65세 이상 노인과 장애인, 기초생활 수급자 등 무료 접종 대상자들이 첫날부터 한꺼번에 몰린 것.
특히 조류독감 등으로 인해 변종 독감 바이러스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져 예방접종을 받으려는 사람이 크게 늘어났다.
늘어선 줄=이날 오전 7시 반경 양천구 보건소 현관 앞. 예방접종은 오전 9시부터 시작될 예정이었지만 이미 30m 이상 긴 줄이 생겼다.
줄을 서 기다리던 권오수(72여) 씨는 병원에서는 노인들도 돈을 내고 독감 예방주사를 맞아야 한다며 혹시 보건소의 약이 금세 떨어질지 몰라 아침 일찍 나왔다고 말했다.
각 보건소는 예상보다 많은 사람이 이른 아침부터 몰리자 예방접종 시작 시간을 앞당기고 접종 절차를 안내하는 공무원을 추가로 배치하는 등 바쁘게 움직였다.
양천구 보건소는 이날 일찍부터 사람들이 몰리자 예정보다 30분을 앞당긴 오전 8시 반부터 접종을 시작했다.
이날 오전 8시경 구로구 보건소 정문 앞에서도 30여 명의 노인이 줄을 서 예방접종이 시작되기를 기다렸고, 종로 마포 동대문구 보건소 등에서도 수십 명의 주민이 예방접종 시작 전부터 줄을 서 차례를 기다렸다.
무료 접종 쿠폰=하지만 강남구 보건소만은 다소 한산한 분위기였다. 다른 구청들에 비해 재정상태가 좋은 강남구가 일찌감치 이달 중순 65세 이상 노인 2만9953명에게 집에서 가까운 일반 병의원에서도 무료로 접종할 수 있는 쿠폰을 우편으로 보냈기 때문.
강남구는 노인들이 보건소까지 직접 찾아가야 하는 불편을 덜어주기 위해 지역 내 185개 병의원과 약정을 맺고 접종자 1명당 보건소 접종비(4100원)보다 3배 이상 많은 1만3000원을 지급하기로 했다.
헛걸음=무료 예방접종 대상자 기준에 대한 홍보가 제대로 되지 않아 보건소를 찾았다 되돌아가는 사람들도 눈에 띄었다.
지체장애 4등급인 윤중자(64여) 씨는 이날 한 보건소를 찾았다가 장애등급 3등급까지만 무료접종 대상이란 사실을 알고 발걸음을 되돌렸다.
또 무료접종 대상자의 신분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일부 보건소들이 지난해까지 신분증으로 인정했던 건강보험증 대신 주민등록증을 제시할 것을 요구해 곳곳에서 승강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건강보험증을 갖고 이날 보건소를 찾았던 문봉례(79여) 씨는 지난해까지 아무 말이 없다가 올해 갑자기 건강보험증은 신분증으로 인정하지 않는다고 하면 어떻게 하느냐고 보건소 관계자에게 따졌다.
서초구 보건소 관리의사 최은희(45여) 씨는 올해는 조류독감이 독감 바이러스와 결합해 변이를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며 변종 바이러스는 치사율이 높기 때문에 반드시 독감 예방접종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