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7월 전북 부안군 위도가 방사성폐기물처분장(방폐장) 후보지로 발표되자 반핵()단체와 일부 환경단체들이 부안에 집결해 극렬한 반대운동을 벌였다. 핵은 죽음이고, 방폐장은 기형아와 기형 가축을 낳는 시설이라는 선동이 난무했다. 해골이 그려진 현수막이 부안을 뒤덮었다. 일부 반핵운동가 종교지도자들은 하루도 쉬지 않고 반핵 강의를 했고 삼보일배()로 투쟁했다.
위도 방폐장은 무산되고 전국에서 다시 유치 신청을 받게 됐다. 4개 지역의 경합 끝에 그제 주민투표에서 경북 경주시가 방폐장 부지로 확정됐다. 경주는 양성자가속기 설치, 한국수력원자력 본사 이전, 3000억 원 특별 지원 등의 혜택을 받는다. 2만여 명의 일자리 창출효과가 있다고 한다. 경주에는 월성원자력발전소가 있어 다른 지역보다 원전에 대한 이해도가 높았다. 4기의 원전이 전력을 생산하는 마당에 폐기물도 받아 지역 발전을 이루자는 시민의 염원이 좋은 결과를 이끌어냈다.
김종규 부안군수와 위도 주민들은 부안에서 엄청난 소요와 희생만 부르고 방폐장이 다른 지역으로 가게 된 것을 가장 안타까워한다. 굴러들어온 대박을 놓친 셈이다. 부안군 의회가 찬성과 반대 6 대 6으로 갈려 유치 신청 주민투표를 못하게 되자 김 군수는 산업자원부에서 주민투표 기회를 달라며 농성을 벌이기까지 했다. 그러나 이번에 4개 지역과 함께 주민투표를 했더라도 반핵단체가 주민들의 의식 속에 심어 놓은 원자력 공포 심리가 너무 커 경주와 전북 군산시보다 높은 찬성률이 나오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세계의 환경단체들은 원자력에 대한 반대운동을 접은 지 오래다. 극지의 빙하가 녹아내리고 기후 이변이 속출하는 지구에서 환경운동의 최고 목표가 지구온난화 방지로 바뀌고 있다.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화석연료를 대체하는 에너지 중에서 가장 실용성이 높은 것이 원자력이다. 국내의 반핵단체가 원전에 결사반대하면서 대량살상무기인 북한의 핵에 침묵하는 것도 해괴하다. 이들 반핵단체는 부안군민과 위도 주민에게 어떤 책임감을 느끼고 있는지 알고 싶다.
황 호 택 논설위원 hthw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