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존하는 우리나라 정당 중 가장 오래된 당은? 답은 자유민주연합(자민련)이다. 하지만 얼마 후면 정답은 한나라당이 된다. 1995년 5월 김종필 씨가 창당해 10년 5개월 동안 존속해온 자민련은 중부권 신당인 국민중심당에 흡수돼 곧 간판을 내린다. 최고참 정당의 바통을 이어받는 한나라당은 1997년 11월 창당돼 만 8년을 살았다. 다음이 민주당(5년 10개월) 민주노동당(5년 6개월) 순이다.
미국의 공화당(151년) 민주당(177년), 영국의 보수당(173년) 노동당(99년), 일본의 자민당(50년) 등 선진국 정당에 비하면 한국 정당들의 수명은 너무 짧다. 1963년 정당법이 제정된 이후 우리나라에선 모두 110개의 정당이 생겨 이 중 102개가 사라졌다. 평균 수명은 3년 2개월. 역대 정당 중 가장 수명이 길었던 당은 민주공화당이다. 1963년 2월 박정희 전 대통령이 창당해 17년 6개월 동안 활동했다. 최단명 정당은 20일 만에 문을 닫은 21세기 한독당이다.
한국 정당의 단명은 이념이나 정책에 기반을 두지 않은 채 선거용으로 급조되고, 지역주의에 기댄 몇몇 정치적 보스를 따라 만들어져 온 것과 무관하지 않다. 집권하자마자 권력기반 강화를 위해 대통령 당을 만들었던 역대 집권자들은 정당 수명 단축의 역설적 공로자다.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열린우리당 창당 1돌 메시지를 통해 100년 역사를 가진 성공한 정당을 만들어 보자고 했다. 그러나 요즘 당의 어느 구석에서도 100년 정당의 싹을 찾기 어렵다. 1026 재선거 참패 원인을 둘러싸고 터져 나온 파열음, 2년 사이에 벌써 6번째 지도부가 바뀐 리더십의 한계, 1020%로 추락한 당 지지도. 당 안팎에선 이러다간 3년이나 제대로 가겠느냐는 한숨 소리가 높다. 민심()을 얻지 못한 정당이 오래가지 못하는 것은 역사의 필연이다. 자민련의 종말은 열린우리당 사람들에게도 남의 일이 아닐 듯싶다.
송 영 언 논설위원 younge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