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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국

Posted November. 29, 2005 0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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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슈 북쪽은 한반도로 치면 평안도 함경도 지방. 산이 험하고 눈도 많으며 겨울 추위도 만만찮다. 최북단의 아오모리와 그 아래 동해에 면한 아키타, 태평양에 면한 이와테 세 현. 이름 하여 북도호쿠() 3현이다.

아오모리와 아키타는 대한항공이 운항하고 이와테는 아시아나항공이 오가는 센다이(미야기 현)에서 2시간대 거리. 산과 온천, 바다가 두루 어울린 이 지역은 겨울 관광에 더더욱 빛을 발한다. 많은 눈과 멋진 산, 분위기 있는 온천의 삼박자가 잘 어울리는 스키 여행의 적지다.

사과와 동계아시아경기대회의 고장 아오모리

아오모리 사과는 한국에서도 유명할 정도. 대표적인 관광지는 고마키 온천이다. 둘레 44km의 칼데라 도와다 호 주변의 숲 22만 평을 차지한 이곳에는 400년 역사의 야치 온천과 리조트 호텔, 전통 혼탕 등이 두루 갖춰졌다. 한겨울에도 유람선이 운항되는 도와다 호반에서는 눈밭을 온통 등불로 장식하는 눈밭등롱축제도 열린다.

스키장은 모두 6개. 도심에서 1시간 내외의 지근거리에 있다. 규모로는 아자라 고원의 오와니 온천 스키장이 최고다. 초보자와 어린이, 최상급자를 두루 만족시키는 다양한 슬로프와 자연설 슬로프가 있다. 이와키 산의 아지가사와 스키장도 명소. 6인용 곤돌라로 산정(921m)에 오르면 동해와 쓰가루 평야가 한눈에 보인다. 곤돌라 1대, 고속 체어리프트 2대.

하코다 스키장은 특별하다. 리프트와 로프웨이(케이블카)가 1기씩, 슬로프도 4개뿐인 소규모지만 5월초까지 이어지는 긴 시즌, 좀처럼 보기 힘든 주효(눈 덮인 나무가 얼어붙어 괴물형상으로 변한 모습) 및 자연 모글 코스가 스키어를 매료시킨다. 스키장 뒤편의 하코다 연봉은 산악스키투어로 유명한 곳이다. 3월부터 10개 루트에서 가이드를 따라 1.710km의 설산트레킹과 다운 힐을 즐긴다.

파우더스노와 모리오카 냉면의 고향 이와테

일본인도 불고기(야키니쿠)를 먹고 난 후에는 냉면(모리오카 냉면)으로 입가심을 한다. 그 냉면은 야키니쿠처럼 모두 한국식. 다른 점이라면 메밀대신 전분으로 반죽한 쫄면을 김치 국물에 말아 먹는다는 것이다. 이 일본식 냉면 앞에 모리오카(이와테 현 현청 소재지)가 붙은 이유. 과연 뭘까. 이곳에 살던 한국인 덕분이다. 고향(함경도) 맛을 잊지 못해 만든 냉면이 히트해 일본 냉면의 대명사가 된 것. 그 본산인 모리오카 시내의 야키니쿠 식당 쇼쿠도엔()은 작고한 그의 아들이 운영 중이다.

겨울 이와테의 백미. 앗피 고원 스키장의 눈 체험이다. 모리오카 근방 하치만다이 국립공원 옆 고원의 마에모리, 니시모리 두 산에 걸친 이 리조트는 거대한 목장과 골프장을 갖출 만큼 대규모.

원뿔형의 마에모리 산 정상(1305m)에서 방사상으로 퍼지는 슬로프 21개는 마치 활주로처럼 반듯한 직선을 유지한다. 최장거리는 5.5km. 설질은 손으로 뭉쳐지지 않을 정도로 건조한 파우더(powder). 니시모리 산(1328m)과 마에모리 산의 일부는 아예 정설하지 않고 파우더 스키장으로 운영한다. 허리까지 빠지는 눈밭에서 즐기는 디프스노(deep snow) 스킹은 앗피 고원만의 매력이다.

스키인 스키아웃 리조트(호텔 현관에서 스키를 신고 벗을 수 있는 곳), 매일 오후 8시까지 하는 야간스키도 자랑거리. 대부분 일본 스키장에서 도착 당일 오후에 스키를 즐길 수 없는 데 반해 앗피 고원에서는 3시간가량 즐긴다. 패키지상품 가격이 몇 만 원 더 비싸도 그 이상의 값어치가 있으니 기억해 두자.

리조트 시설 역시 일본 스키장에서 최고 수준급. 숙박시설마다 온천이 딸려 있고 식당 음식도 좋다. 타워(호텔)에만 식당이 6곳인데 모리오카냉면을 내는 야키니쿠 식당도 있다. 스키 패키지 이용객은 매일 온천과 이곳 식당에서 식사하는 쿠폰(1일 2식)으로 애프터 스키를 즐긴다. 500개가 넘는 일본 스키장 가운데 설질, 시설, 운영 면에서 거의 최고라 할 만하다.

온천의 보고, 아키타

서편의 바다(동해)를 제외한 삼면이 산에 막히고 7할이 삼림인 아키타 현. 그런데도 분지의 중앙부는 비옥한 평야다. 여기서 나는 품질 좋은 쌀이 아키타를 일본의 곡창으로 만들었고 그 아키타 쌀로 빚은 맛좋은 청주가 또한 아키타를 술의 고장으로 만들었다.

이런 자연의 혜택. 예서 그치지 않는다. 산중의 온천은 자연의 선물이다. 현 동편의 산자락에 깃든 고색창연한 온천마을은 특히 눈에 뒤덮이는 겨울에 가야 제격이다. 소규모인 데다 접근성도 떨어져 한국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일본 국내에서는 온천의 보고로 불릴 만큼 이름났다. 다자와 호수는 둘레 20km의 칼데라. 일본에서 수심(423m)이 가장 깊다. 호반에 온천마을과 스키장이 있는데 다자와코, 다자와코앗슬 이 두 스키장은 호수를 바라보며 다운힐하는 멋진 곳. 아키타 신칸센 다자와코 역에서 버스로 30분, 40분 거리다.



조성하 summ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