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이익단체나 기업 등이 입법이나 입법 저지 로비를 위해 구성원들을 동원해 특정 국회의원에게 조직적으로 소액 후원금을 몰아주는 편법 기부를 하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국민의 정치 참여와 돈 안 드는 정치 실현을 명분으로 도입된 소액 후원금 세액공제 제도가 이익단체 등의 편법 로비 수단으로 전락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집단 소액 후원 사례=국회 재정경제위원회 소속의 A 의원 측은 최근 소액 후원금 기부자들에게서 연말정산용 영수증 발급 요청을 받고 본인 확인 작업을 하다가 깜짝 놀랐다. 보험설계사 50여 명이 집단으로 후원금 계좌에 1인당 10만 원씩 입금을 한 것.
A 의원 측은 이들의 집단 후원금이 올 초 재경위에서 은행의 보험상품 판매 허용 시기가 2년 연기된 데 따른 답례 성격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A 의원 측 관계자는 당시 관련 협회 등에서 보험사를 통해 보험설계사들에게 정치 후원금 10만 원까지는 연말에 전액 환급받을 수 있으니 각자 성의 표시를 하라고 지시를 내린 것으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대한간호협회는 인터넷 홈페이지에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의원들의 이름, 후원회, 계좌번호 등을 올려놓고 후원을 독려하고 있다. 후원금 납입 증명서 양식까지 함께 올려놓았다.
복지위 김선미(열린우리당) 의원이 발의한 간호사법 제정안을 관철시키기 위한 운동의 일환이다. 이 법안은 간호사의 업무 범위를 명확히 한다는 명목으로 기존 의료법에서 간호사 관련 부분을 별도로 떼어 낸 것.
복지위 B 의원 측은 간호사들이 10만 원씩 후원금을 낸 뒤 협회에 납입증명서를 보내면 협회가 이를 모아 의원실로 찾아와 일괄적으로 영수증을 받아 간다고 전했다.
농림해양수산위원회 소속 일부 의원에게는 해당 지역구 농협 조합장의 지시로 직원 2030명이 10만 원씩 후원금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농해수위 소속 C 의원은 후원금을 달라고 한 적도 없는데 지역구에 있는 농협 직원 30명 정도가 10만 원씩 후원금을 냈더라고 전했다.
대가성 논란=이익단체 등의 소액 후원금 몰아주기는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지만 사실상 대가성이 농후한 편법 기부라는 게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의 지적이다.
10만 원 이하의 소액 후원금을 내면 연말정산 때 부가 공제까지 받아 11만 원을 돌려받는다는 점에서 결과적으로 개인 돈이 아니라 국민 세금이 특정 이익집단 등의 로비에 사용되는 셈이다.
이 때문에 일부 의원은 이런 소액 후원금을 아예 받지 않거나 돌려주고 있지만 대부분은 큰돈도 아닌데 무슨 문제냐는 반응이다.
한 정치학 전공 교수는 10만 원의 후원금을 내면 11만 원을 돌려주도록 한 제도는 문제가 있다며 정치 후원금에 대한 세금공제 비율을 낮추고, 집단 기부를 제한하는 등의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