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의 소규모 의원과 종합병원, 전문병원 가운데 단순 감기(급성 상기도 감염) 환자에게 항생제를 지나치게 많이 처방해 온 요양기관(병원과 의원)의 명단을 모두 공개하라는 법원의 첫 판결이 나왔다.
공개 대상에는 이른바 동네 소아과 이비인후과 내과 등 소규모 의원까지 포함돼 있다. 따라서 이 판결이 확정될 경우 의료업계에 일반화된 항생제 오남용 풍토가 그대로 드러나 파장이 클 것으로 보인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부(부장판사 권순일)는 5일 참여연대가 보건복지부를 상대로 감기환자에 대한 전국 병의원의 항생제 처방 실태 정보를 공개하라며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법원이 공개하라고 한 대상은 20022004년 보건복지부 산하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이 전국 병의원 항생제 사용 실태를 조사해 얻은 명단 가운데 항생제를 지나치게 많이 쓰는 병의원(상위 4%)과 항생제를 적게 쓰는 병의원(하위 4%) 명단이다.
재판부는 항생제 사용실태에 관한 병의원 정보를 공개하는 것은 사생활 침해나 영업비밀 침해로 보기 어렵다며 국민에게 사실에 근거한 정확한 의료정보를 제공해야 의료계에 대한 국민의 이해와 믿음도 더욱 깊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의료인의 전문성과 자율성은 존중돼야 하지만 의료행위는 사람의 신체와 생명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므로 환자 자신이 진료와 치료에 대해 스스로 선택결정할 수 있는 권리를 보호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복지부는 재판 과정에서 명단이 공개될 경우 환자들이 자칫 항생제 처방률만으로 의료기관에 대해 나쁘거나 좋다는 식의 오해를 하거나 의료인들을 불신하게 될 위험이 크다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