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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오면 갈비-콩나물 무침 실컷 해줄거예요

아들 오면 갈비-콩나물 무침 실컷 해줄거예요

Posted February. 08, 2006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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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이 떨려서 경기장에는 못 갔어요. 아이가 어제 집으로 전화를 걸어왔는데 무척 기분이 좋은 목소리였어요. 엄마, 우리 팀이 우승했어라고 하더군요. MVP에 뽑힌 얘기는 한마디도 하지 않았죠.

이날 아침 ABC TV 굿모닝 아메리카에 출연해서도 그는 MVP 수상은 팀 전체에 주어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렇게 그는 엄마 앞에서도 요란을 떨지 않았다.

아이한테 겸손하면서도 자부심을 가지라고 늘 얘기했어요. 그 때문인지 일찍부터 철이 들고 자립심이 강했지요.

딸만 둘인 편모 가정에서 자라 일찍 생활전선에 뛰어든 김 씨였다. 미군 상대 나이트클럽에서 회계를 맡다 스물다섯 살에 다섯 살 아래의 미군 하인스 워드 시니어를 만나 결혼하고 미국 땅을 밟았다. 그 뒤 낯선 땅에서 이혼을 하고 힘들게 살아온 그의 이야기는 이제 미국 땅에서도 모르는 사람이 드물다.

하루에 세 가지 일을 한 적도 많았지요. 풀타임 직장 한 개에 파트타임 일 두 가지. 그런 어머니의 열성은 아들에게 이어졌다고 2002년 피츠버그 포스트가제트지는 전했다. 서너 가지 직업을 동시에 가졌던 어머니처럼 워드는 러닝백, 쿼터백 등 두세 가지 포지션을 능숙하게 해 낸다는 것이었다.

아들은 엄마한테 눈물도 물려받았다. 지난 시즌 아메리칸 풋볼 콘퍼런스(AFC) 챔피언 결정전에서 패한 뒤 팀 동료 제롬 베티스가 풋볼을 그만두려 하자 눈물로 만류했다. 그 눈물은 이후 팬들의 입에 내내 오르내렸다. 그런 그의 눈이 시도 때도 없이 눈물로 젖는 순간이 있다. 엄마 얘기를 할 때다.

아들은 엄마의 검소함도 물려받았다. 지난해 9월, 4년간 2850만 달러(약 280억 원)라는 고액에 지금의 피츠버그 스틸러스 팀과 계약했지만 아들은 시장에서 산 3달러짜리 티셔츠를 계속 입고 다니며 블루칼라 스포츠스타로 불렸다.

이제 미국 최고의 스타를 아들로 둔 엄마 역시 더는 가난하지 않다. 힘들게 아들을 키울 때도 마음만은 가난하지 않았다. 김 씨는 열심히 일한 결과 남보다 넉넉하게 살지는 못했지만 그렇다고 가난하지도 않았다고 했다. 그래도 일주일에 다섯 차례는 근처 고등학교에 출근해 몇 시간씩 식당 일을 한다. 일할 수 있는데 놀며 지낼 필요가 있나요.

궁금한 것 한 가지를 물어보았다. 바로 아들 워드의 오른팔에 새겨진 한글 이름, 그 아래 빙그레 웃음을 머금고 있는 미키 마우스 그림이 있다. 왜 미키 마우스일까?

아무리 어려워도 미키 마우스는 웃고 있기 때문에 좋아한대요. 왜, 다른 선수와 심하게 부딪쳐도 우리 아이는 항상 웃잖아요. 그러고 나서 엄마는 한마디를 보탰다.

슈퍼볼 MVP는 플로리다 디즈니 월드의 광고 모델이 된대요. 얘가 너무 좋아할 거예요.



공종식 k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