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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차 도착 5분이면 늦으리

Posted February. 10, 2006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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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8일 인천 서구 석남동 A물류 야외 적재장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불이 났다. 이 회사 직원이 화재 발생 신고를 한 시간은 오전 9시 12분.

신고를 받은 인천 서부소방서 석남파출소는 A물류에서 불과 4km 떨어진 거리에 있었지만 신고한 지 6분이 지나서야 현장에 도착했다. 소방차가 진화에 나섰을 때 불길은 이미 걷잡을 수 없게 번져 있었다. 화재 현장에는 천막과 나무판자 등 인화 물질이 많았다. 소방대원들은 1시간 45분 만에 불길을 잡았지만 1억5600여만 원어치의 재산이 잿더미로 변한 뒤였다.

석남파출소 관계자는 출근 시간대라 도로가 복잡해 화재 현장 도착 시간이 늦어졌다고 말했다.

불이 나면 몇 분 만에 현장에 도착해 진화를 해야 하는가. 1분이라도 더 빨리라는 추상적인 구호를 내붙인 소방서가 있긴 하다. 하지만 한국 소방 당국은 출동 시간과 관련된 규정이 없다.

본보는 바람직한 현장 도착 시간을 알아보기 위해 서울 부산 대구 인천 광주 대전 등 6대 도시에서 지난해 발생한 화재 1만1077건의 신고 시간, 화재 현장 도착 시간, 진화 시간, 재산 피해액 등을 분석했다. 또 지리정보시스템(GIS)을 통해 시각화했다.

그 결과 도착 시간이 늦어질수록 진화 시간이 늘어나는 것으로 드러났다. 화재 신고 후 1분 만에 현장에 도착하면 평균 진화 시간은 6.2분이었다. 도착 시간이 1분씩 늦어질 때마다 평균 진화 시간도 조금씩 늘어 도착 시간이 5분이면 평균 진화 시간은 8.5분이었다.

도착 시간이 6분으로 바뀌면 평균 진화 시간은 11.5분으로 무려 3분이나 늘었다. 이는 도착 시간이 15분일 때 평균 진화 시간의 차(2.3분)보다 크다. 도착 시간이 10분이면 평균 진화 시간은 16.5분으로 도착 시간이 5분일 때보다 8분이나 늘어났다.

미국, 캐나다 등 소방 선진국은 효율적인 화재 진화를 위해 출동 시간 지침을 마련해 놓고 있다. 이들 국가의 소방서는 대개 6분 이내에 화재 현장에 도착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는 발화 후 6분이 넘으면 일반인이 진화하기 힘들 정도로 불길이 확산되는 순발연소(Flash Over) 현상이 나타난다는 조사 결과를 기초로 하고 있다.

본보 조사 결과를 기초로 한 한국의 순발연소 시간은 5분이다.

경원대 소방시스템과 박형주() 교수는 도착 시간이 5분에서 6분으로 넘어가는 순간 화재 진화 시간이 크게 늘어나기 때문에 한국의 순발연소 시간을 5분으로 봐야 한다면서 소방 당국은 신고 직후 5분 이내에 화재 현장에 도착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6대 도시의 지난해 5분 이내 도착률은 평균 53.2%로 절반이 조금 넘었다.

지역별 평균 도착 시간은 격차가 컸다. 서울이 4.1분으로 가장 짧은 반면 부산 6.4분, 대구 5.5분, 광주 5.2분, 인천 4.8분, 대전 4.4분이었다.

한국 소방 당국이 조금만 일찍 현장에 출동한다면 화재 피해를 크게 줄일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