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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G 사냥에 다 걸겠다

Posted February. 18, 2006 0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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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기업사냥꾼 칼 아이칸(69) 씨가 그동안 추진해 온 세계 최대 미디어그룹 타임워너사에 대한 공격을 포기하고 KT&G 공략에 집중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KT&G는 타임워너의 경영권 방어 자문역을 맡았던 골드만삭스를 통해 아이칸 씨와 그의 연합군에 관한 정보 수집과 전략 분석에 머리를 싸매고 있다.

CNN KT&G에 공격 집중

월스트리트저널은 타임워너 주식 3.3%를 보유한 아이칸 씨가 타임워너의 경영권을 장악하려는 계획을 포기했다고 17일 보도했다.

아이칸 씨는 지난해 8월 타임워너 경영 참여를 선언한 뒤 4개 회사로 분할할 것과 대규모 자사주() 매입을 요구해 왔다.

월스트리트저널은 기업 분할에 대한 주요 주주들의 반대에 부닥친 아이칸 씨가 타임워너 경영진과 모종의 합의를 하고 공략을 중단한 것으로 분석했다.

이에 따라 CNN은 아이칸 씨가 앞으로 생명공학업체인 임클론과 한국의 KT&G 공격에 집중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개인 재산이 78억 달러(약 7조8000억 원)에 이르는 아이칸 씨는 미국에서도 손꼽히는 기업사냥꾼이다. 1980년대부터 TWA항공, 제너럴모터스(GM), US스틸, 나비스코 등의 적대적 인수합병(M&A)으로 건당 수억 달러의 차익을 남겨 이름을 날렸다.

증권업계와 재계에서는 SK를 공략한 소버린자산운용과는 비교도 안 되는 거물이라고 입을 모은다.

김영진M&A연구소의 김영진(45) 소장은 뉴욕 월가의 유대인들이 다 그렇듯 그의 M&A 전략은 단 한 가지, 고수익 창출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이를 위해 경영권 인수, 자산 매각, 경영진 위협 등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한다고 말했다.

2라운드 싸움 시작됐다

그동안 아이칸 씨의 투자전략 사례를 보면 일정한 패턴이 있다.

우선 표적 대상 기업을 선정한다. 저평가돼 있고 지분 배분이 잘 돼 있어 공략이 쉬운 기업이 주 타깃이다.

1단계에선 은밀히 주식을 사들이고 일정 지분을 보유하면 주식 보유 사실을 공개한다. 경영 참여를 선언한 뒤에는 자사주 매입, 부동산 매각, 이사진 선임 등으로 경영진을 압박한다.

2단계에선 본격적인 전쟁을 벌인다. 위임장 대결로 기업과 힘겨루기를 하는 게 특징이다.

마지막 3단계에선 회사 주가가 크게 오르면 차익을 남기고 떠나든가, 주가가 오르지 않으면 경영권이 취약한 대주주에게 보유 주식을 시가보다 높은 가격에 파는 그린메일을 한다.

현재 진행 중인 캐나다 호텔체인 페어몽호텔리조트 인수 건처럼 회사 지분 51%를 매입해 경영권을 장악한 뒤 비싼 값에 매각하는 방법도 가끔 사용한다.

아이칸 씨 측 연합군인 스틸파트너스는 운용자금의 60% 이상을 일본시장에 투자하고 있는 헤지펀드다. 회장은 아이칸 씨가 KT&G 사외이사로 추천한 워런 리크텐스타인 씨.

스틸파트너스는 마치 M&A를 할 것처럼 주식공개매수 등으로 매수 상황을 공개적으로 알려 주가 상승을 유도한 뒤 상당한 차익을 거두는 전략을 많이 써 왔다.

KT&G의 지분 6.59%를 매입한 아이칸 씨 측은 사외이사 추천에 이어 위임장 확보에 들어갔다. KT&G도 3월 주주총회에서의 표 대결을 위해 20일부터 위임장 확보에 나선다고 17일 밝혔다. 이제 2라운드가 시작된 것이다.



김상수 ss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