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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의 칼로 적을 베다

Posted March. 10, 2006 0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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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함 미국이 침몰했다.

야구의 종주국이자 가장 강력한 우승 후보였던 미국, 30명 엔트리 전원을 메이저리그 특급 스타로 구성한 미국, 벅 마르티네스 감독이 8연승으로 우승하겠다고 호언장담했던 미국이 무너졌다. 우승은 커녕 예선 탈락의 위기에 몰렸다.

9일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의 체이스 필드에서 열린 미국과 캐나다의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예선 B조 두 번째 경기. 미국은 마이너리거들이 주축인 캐나다에 6-8로 일격을 당했다.

경기 전만 해도 미국의 압승이 예상됐다. 미국 선발은 지난해 내셔널리그 다승왕(22승)인 돈트렐 윌리스(플로리다).

그러나 전날 최약체로 꼽히는 남아프리카공화국에 8회까지 7-8로 뒤지다가 9회 간신히 11-7로 역전승했던 도깨비 팀 캐나다는 불과 하루 사이에 완전히 다른 팀이 되어 있었다.

두 명의 애덤이 이변의 주인공이었다. 9번 타자 애덤 스턴(보스턴)은 5회 그라운드 홈런을 비롯해 4타수 3안타 4타점으로 공격을 이끌었다. 트리플 A 출신의 선발 투수 애덤 로웬도 막강 미국 타선을 맞아 3과 3분의2이닝 무실점으로 틀어막았다.

이로써 A조 1위 한국이 본선에서 상대할 B조는 물고 물리는 혼란에 빠졌다.

만약 캐나다가 10일 경기에서 멕시코에 승리하면 캐나다가 1위, 미국이 2위로 본선에 오른다. 그럴 경우 13일 한국의 첫 상대는 캐나다가 된다. 그러나 캐나다가 멕시코에 패할 경우엔 문제가 복잡해진다. 그 경우 미국 캐나다 멕시코가 2승1패로 동률이 된다. 동률일 경우 승자승최소 실점최소 자책고타율제비뽑기로 1, 2위를 가린다. 캐나다가 2실점 이하로 멕시코에 질 경우 캐나다와 멕시코가 본선에 올라가고 미국은 예선 탈락할 가능성이 높다. 한국으로선 가장 유리한 시나리오다.

김인식 감독은 이에 대해 캐나다와 미국이 올라오면 오히려 곤란해질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김 감독은 전날 왼손 타자가 주력인 캐나다보다는 멕시코와 상대하는 것이 편하다고 말한 적이 있다. 실제 캐나다는 미국전에서 9명 라인업에 무려 8명의 왼손 타자를 포진시켰다.

한편 아시아 1위로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본선에 오른 한국야구대표팀이 9일 미국 애리조나주 서프라이즈에서 가진 캔자스시티와의 연습 경기에서 4-7로 졌다.

한국은 선발 박찬호(샌디에이고)를 비롯해 서재응(LA 다저스) 김병현(콜로라도) 등 해외파 투수들을 두루 출전시키며 구위를 점검했다. 안타수는 9개씩으로 똑같았으나 타선 응집력에서 캔자스시티에 뒤졌다.

아시아 2위로 본선에 오른 일본은 시애틀과의 9일 연습 경기에서 6-5로 승리했다.



이헌재 u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