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외환은행 헐값 매각을 둘러싼 의혹들의 진상이 조금씩 확인되고 있다. 이강원 당시 은행장은 외환은행의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이 낮은 쪽으로 과장된 것 같다고 시인했다고 한다. BIS 비율이 9.14%로 추정됐는데도 기준치 8%에 미달하는 6.16%로 조작된 탓에 이 은행이 부실 금융기관으로 판정됐고 인수 자격이 없던 미국의 사모()펀드 론스타로 넘어가는 길이 열렸다.
의혹이 철저히 규명돼야 할 첫째 이유는 단죄()에 있다. 인수 과정의 검은돈 거래, 청탁과 로비, 압력 행사, 그리고 최종 배후()의 실체 등이 대상이다. 1차로 외환은행 전 간부 전용준 씨가 친구 회사에 거액의 자문료를 주고 그중 3억 원을 되받아 챙긴 혐의로 어제 구속됐다. 당시 은행장과 사외이사들이 공조()해서 받아낸 스톡옵션의 대가성 여부도 의혹의 하나다. 은행, 금융감독원, 재정경제부를 잇는 삼각구도 안에서 학교 동문 관계로 얽히고설킨 인맥이 론스타를 불법 지원하는 과정에 어떻게 상호 작용했는지도 낱낱이 밝혀내야 한다. 권력적 배후까지 있으면 찾아내야 한다.
둘째, 론스타의 차익에 대한 정당한 과세()도 중요하다. 2003년 8월 외환은행 인수 계약을 체결한 론스타는 장기투자 약속을 깨고 올해 매각에 나섰다. 1조3832억 원을 투자해 2년여 만에 챙길 수익은 환차익을 합해 약 4조5000억 원에 이른다고 한다. 이익이 많기도 하지만 세금 한 푼 물지 않고 한국을 떠날 경우 국부() 유출 논란이 커질 것이다. 의혹을 파헤치는 과정에서 과세 근거가 분명해진다면 외국자본에 대한 차별 논란을 없앨 수 있다. 또 외환은행 인수 전후 론스타의 부정행위가 드러난다면 인수계약 자체를 무효화할 여지도 있다.
셋째는 과오를 되풀이하지 않도록 제도 보완 작업을 하기 위해서다. 처음부터 론스타를 지원한 은행 간부, 론스타에 은행을 넘겨주도록 법률을 해석한 정부, 은행과 정부 사이를 오간 컨설팅회사들, 전현직 경제부총리와 로펌 등 의혹 드라마의 주연과 조연의 역할을 밝혀내 편법 탈법의 재판()을 막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