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운행 계획 및 합의 배경=남북은 13일 제12차 남북 철도도로 연결 실무접촉을 갖고 25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3시 반까지 경의선과 동해선 철도에서 각각 디젤기관차와 객차 5량을 왕복 운행키로 했다.
경의선의 경우 문산역에서 남측 열차가 출발하고, 동해선에선 금강산역에서 북측 열차가 출발한다. 각 열차엔 남북에서 철도 연결 관계자와 보도진 등 100명씩이 탑승한다.
남측은 이번 철도도로 연결 실무접촉에서 북측에 경의선과 동해선의 철도역 건물 건축과 개성역 배수로 공사 등에 필요한 자재 10종 60품목을 지원키로 했다. 이는 비용으로 환산해 40억 원 안팎이라고 통일부는 밝혔다.
남측은 또 북측의 철도 연결구간 공사가 완료될 때까지 북측에 차량과 장비 기술을 계속 지원키로 합의했다.
북측이 이번에 시험운행에 합의한 데는 자재 지원 결정이 상당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또 북측은 남북 경제협력추진위원회에서 논의 중인 경공업 원자재의 지원량을 늘리고 동해선 도로의 북측 출입사무소(CIQ) 건설 지원을 보장받기 위해 일단 시험운행에 합의한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북측은 시험운행이 성사될 경우 이어질 철도 개통 협상에서 이를 카드로 들고 나와 남측을 압박할 가능성이 높다.
군사보장 조치 전망=1618일 판문점에서 열리는 제4차 남북 장성급 군사회담에서 군사보장 조치가 무난하게 이뤄질 것이라는 게 정부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그 근거는 이번 철도도로 연결 실무접촉에서 북측이 매우 구체적인 시험운행 일정과 절차에 합의했기 때문이라는 것.
통일부 관계자는 이번 합의는 지난해 7월 철도도로 연결 실무접촉에서 열차 시험운행과 개통식을 같은 해 10월에 하기로 합의했던 것과 차이가 크다며 당시엔 세밀한 일정은 논의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번에 시험운행 시간과 열차, 탑승 인원 규모 등 세밀한 부분까지 합의할 수 있었던 것은 북측 군부가 내부적으로 군사보장 조치에 동의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이번 실무접촉에 참석한 북측 관계자 중 누구도 명시적으로 군부가 군사보장 조치를 해 주기로 했다고 밝히지 않았다.
정부 당국자는 분위기로만 북측 군부의 동의를 짐작할 뿐이지 실제 군부의 뜻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게다가 북측은 이번 장성급 회담에서 3월의 장성급 회담에 이어 또다시 서해 북방한계선(NLL)의 전면 재설정 문제를 들고 나올 것으로 전해졌다.
군 핵심 관계자는 14일 북측은 이번 장성급 회담의 의제로 열차 시험운행을 위한 군사보장 조치보다 NLL 재설정 문제를 우위에 두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며 NLL 재설정 문제가 군사보장 조치의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DJ 열차 방북 여부는=정부는 이번 열차 시험운행 합의가 DJ의 열차 방북 여부와는 관련이 없다며 선을 긋고 있다.
북측 군부가 이번 시험운행을 위한 군사보장 조치를 해주더라도 DJ의 열차 방북을 위한 군사보장 조치는 따로 논의해야 할 문제라는 것이다.
또 북측이 DJ의 열차 방북을 허용하는 조건으로 남측에 무리한 지원을 요구할 경우 수용 여부를 둘러싸고 남측 내부가 심각한 갈등에 휩싸일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정부는 DJ 방북과 무관하게 열차 시험운행 및 개통을 추진하는 모습을 보이려는 것으로 읽힌다.
그러나 일각에선 노무현() 대통령이 9일 몽골에서 DJ 방북에 기대를 표명하며 조건 없는 대북 제도적 물질적 지원 의사를 밝힌 게 열차 시험운행 합의뿐 아니라 DJ의 열차 방북 성사까지 담보한 약속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종석() 통일부 장관이 같은 날 개성공단을 방문해 북측 주동찬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장에게서 시험운행을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얘기를 들었다는 점도 이런 분석을 뒷받침한다.
그러나 정부는 이미 4월부터 북측이 시험운행 성사 가능성을 거론했다며 노 대통령 발언과의 연계를 부인한다.
어쨌든 16일부터 시작되는 DJ 방북 실무접촉에서 열차를 이용한 방북이 합의되더라도 DJ가 평양까지 열차를 타고 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남측 기술진이 개성까지는 안전성을 검증했지만 개성평양 구간에 대해선 안전성 점검을 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