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이 어려운 노인이 우리 구에서만 8400여 명입니다. 여유가 있는 어르신들의 양해를 얻어 어려운 이웃들에게 노인교통수당을 나누고자 합니다.
서울 서초구는 이달 초 각 동사무소에 노인교통수당 나눔 사업 접수창구를 개설하고 동참을 호소하는 안내문을 비치했다. 재산의 많고 적음에 상관없이 만 65세 이상이면 누구나 월 1만2000원씩(기초생활수급자는 1만6000원씩)을 받는 노인교통수당 제도를 개선해 보자는 뜻에서다.
현재 서초구에서 교통수당을 받는 노인은 2만5000여 명. 나라에서 주는 용돈으로 소문나면서 만 65세 이상 노인의 99%가 꼬박꼬박 받고 있다. 이로 인해 지출되는 금액은 연간 37억700만 원. 전체 노인복지 예산의 42%가 넘는다.
노인 인구가 갈수록 증가하는 추세여서 고민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 관심을 기울여야 할 노인복지 사업들이 적지 않은데 해마다 불어나는 노인교통수당에 밀려 예산 확보가 어렵기 때문이다. 노인 표를 의식한 정치권은 오히려 교통수당 지급액을 2만 원으로 대폭 인상하려는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다.
여유 있는 어르신들의 자발적인 양보로 더 어려운 이웃을 돕자는 기부 캠페인은 똑같은 걱정을 하는 노인들의 제안에서 비롯됐다. 교통수당을 받을 연세가 됐다는 구청 안내문을 받은 일부 주민들이 이 돈을 모아 어려운 이웃을 도와주라는 의사를 밝혀 왔던 것.
서초구는 이에 따라 지난달 말 서울시 사회복지공동모금회와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나눔의 기쁨을 직접 느낄 수 있도록 기부 의사를 밝힌 노인 앞으로 기부 영수증이 우송되도록 하고, 기부금 전액을 서초구 관내 불우이웃을 위해서만 쓴다는 조건을 붙였다.
시행 초기라 기부 신청서를 작성한 노인은 얼마 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서초구 관계자는 기부 절차를 몰라 남을 돕지 못하는 노인이 적지 않다며 작은 양보를 통해 모아진 금액으로 불우이웃을 돕자는 취지가 확산되면 동참자가 더욱 많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