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은 날 우산을 준비하라.
세계 1위를 달리고 있는 한국 조선업계가 미래를 대비하기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현재 국내 조선업계는 수주량, 수주 잔량에서 세계 조선소 순위 17위를 휩쓸며 독주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에 밀려 국가별 순위에서 2위로 내려간 일본은 물론 세계 3위로 떠오르며 빠른 속도로 한일 양국을 추격해 오는 중국의 위협도 만만찮다.
이에 따라 한국 조선업체들은 액화천연가스(LNG)선 설계 기술 국산화와 고부가가치선인 크루즈선 도전 등 부가가치를 높이기 위한 노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조선3사 LNG선 설계 기술 공동연구
조선업은 대표적인 수출산업이다. 지난해 업종별 수출액 기준으로 반도체 자동차 무선통신기기 일반 기계에 이어 5위를 차지했다.
특히 조선업의 작년 무역수지 흑자 규모는 161억 달러(약 15조2950억 원)로 한국 전체 무역수지 흑자 규모(232억 달러)의 69%에 해당한다. 반도체(49억 달러)의 세 배를 넘는다.
최근 선박 발주량이 늘어나자 국내 조선업체들은 LNG선, 원유시추선 등 고부가가치선 위주로 선별 수주하는 추세다.
하지만 아직 가야 할 길은 멀다.
선박 제조 기술은 대부분 국산화돼 있지만 LNG선 설계도는 프랑스 GTT사()에서 들여오고 있다. 배 1척당 지불하는 로열티는 보통 90억 원. 한 해에 30척 안팎을 건조하니까 연간 2700억여 원이 로열티로 빠져나가고 있는 셈이다.
이에 따라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3대 조선업체와 한국가스공사는 2009년까지 LNG선 설계 기술을 국산화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2004년부터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투입된 연구비는 모두 186억 원. 연구팀은 올해 안에 기술 개발을 마무리하고 내년부터 실제 적용이 가능한지 검증할 예정이다.
연구가 성공하면 한국은 프랑스에 이어 두 번째로 이 기술을 보유한 국가가 된다. 현재 미국과 노르웨이도 이 연구에 뛰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가스공사 연구개발원 양영명 책임연구원은 설계 기술의 핵심은 영하 122도의 초저온인 LNG를 안전하게 운반할 수 있는 용기를 만드는 것이라며 초저온에도 터지지 않고 견딜 수 있는 특수한 주름을 만드는 것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신영증권 조용준 리서치센터장은 조선업은 장기적으로 한국을 이끌어갈 주요 산업 중 하나라며 연구개발에 대한 투자를 강화해 기술 격차를 더 벌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크루즈선 시장을 잡아라
고부가가치 선박인 크루즈선 시장은 한국 조선업체가 진입하지 못한 불모지.
일명 떠다니는 호텔로 불리는 크루즈선은 1척당 가격이 5000억1조 원으로 대형 LNG선의 세 배나 될 정도로 높다. 시장 규모도 연간 10조 원에 이르는 데다 연평균 5% 이상씩 성장하고 있다.
배 만드는 기술 못지않게 내부 인테리어를 고급스럽게 꾸밀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해 크루즈선 시장은 유럽 조선소들이 독점하고 있다. 일본 미쓰비시조선소도 과거 크루즈선에 도전했지만 수천억 원의 손해를 보고 포기한 적이 있다.
국내 조선업계에서는 삼성중공업이 가장 적극적이다.
삼성중공업 여객선개발팀은 1996년부터 크루즈선 연구를 진행하며 크루즈선의 전 단계인 대형 여객선을 꾸준히 수주해 제작하고 있다.
삼성중공업 주영렬 상무는 상선 분야에서 중국의 추격이 가속화하는 현실을 감안할 때 크루즈선 시장은 국내 조선사가 반드시 개척해야 할 대표적인 블루오션(경쟁 없는 시장)이라며 2008년까지 크루즈선을 수주해 2010년경 본격 건조를 시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