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여름 남해안의 유명 해수욕장을 찾았던 회사원 이모(29) 씨는 올여름엔 해외로 떠날 작정이다. 바가지요금과 편의시설 부족, 불친절에 짜증이 났던 기억 때문이다.
이런 불만을 없애기 위해 정부가 나섰다.
해양수산부는 전국 346개 해수욕장에 대해 바가지요금과 친절도 등의 항목을 평가해 2009년부터 호텔처럼 등급을 매기겠다고 23일 밝혔다.
호텔처럼 별 5개짜리 해수욕장 별 2개짜리 해수욕장으로 나누겠다는 뜻이다.
우선 올해는 관리운용, 수질, 경관, 안전관리 등 4개 항목을 평가해 우수 해수욕장 10곳을 발표하기로 했다.
해양부는 이런 내용을 담은 해수욕장 관리법을 마련해 올해 정기국회에 제출할 방침이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비슷한 내용의 해수욕장 인증제를 이미 시행하고 있다.
한 철 장사는 오히려 손해
정부가 해수욕장 등급제를 추진하는 것은 피서객의 불만이 끊이지 않기 때문이다.
해양부 연안계획과 권준영 서기관은 객관적인 외부 평가기관이 전국 해수욕장에 대해 등급을 매기면 피서객들이 이를 참고해 여름 휴가지를 결정할 것이라며 피서객의 원성이 높은 해수욕장은 낮은 등급을 받게 되므로 지역 주민들이 스스로 정화활동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되면 일부 대규모 해수욕장에 관광객이 지나치게 몰리는 현상도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 덜 알려졌지만 실속 있는 해수욕장이 높은 등급을 받으면 피서객이 분산될 것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전국 해수욕장을 찾은 피서객은 연인원 1억1158만 명. 이 중 86.7%가 부산(3500만 명), 충남(3300만 명), 강원(2840만 명) 등 3개 지역에 몰렸다.
해양부는 2004년부터 매년 분야별 우수 해수욕장 4곳과 최우수 해수욕장 1곳을 발표하고 시설 및 환경개선 사업비를 지원하고 있으나 개선 효과가 적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해수욕장 입장료도 받는다
지난해 여름 강원지역 해수욕장의 쓰레기 발생량은 무려 4607t으로 이를 수거하는 데 173억 원이 들었다.
해양부는 이에 따라 해수욕장 관리법에 입장료를 받을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기로 했다. 현재 대부분의 해수욕장은 공식 입장료를 받지 않는다.
다만 실제 입장료를 받을지는 지방자치단체가 자율적으로 결정하도록 할 방침이다.
해수욕장의 수질 기준도 선진국 수준으로 강화해 기존의 총 대장균 수, 화학적산소요구량(COD), 부유물질 외에 분변성 대장균, 구균, 기름, 부유폐기물 등의 항목을 추가하기로 했다.
지난해 해수욕장을 찾은 피서객이 지출한 돈은 1인당 하루 평균 6만9000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