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과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9월 워싱턴에서 한미 정상회담을 열 계획이라고 송민순 대통령통일외교안보정책실장이 23일 밝혔다.
송 실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한미 양국은 몇 달 전부터 정상회담 일정을 협의해 왔고 두 달 전부터 9월 워싱턴 개최로 의견을 모으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미 정상회담의 구체적 일정과 의제를 조율하기 위해 다음 달 초 미국을 방문해 스티븐 해들리 백악관 안보보좌관 등 외교정책 당국자들을 만날 계획이다. 정상회담 날짜는 확정되지 않았으나 9월 중순이 유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9월 워싱턴 한미 정상회담이 열리면 노 대통령과 부시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경주 회담 이후 10개월 만에 다시 만나게 된다.
송 실장은 정치권 일각에서 북한 미사일 문제와 관련해 한미 정상회담을 조기에 여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데 대해 원래 일정 그대로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송 실장은 최근 들어 분위기상 북한 핵 문제에 간접적으로 영향을 주는 문제들에 대해서도 한미 간에 좀 더 협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해 9월에 정상회담을 열더라도 최근 현안으로 대두된 북한 미사일 문제가 주요 의제로 다뤄질 것임을 시사했다.
한미 정상은 이번 회담에서 북핵 문제를 비롯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등 양국 관계 현안 전반과 교착 상태에 빠진 북핵 6자회담 문제에 대해 의견을 나눌 것으로 보인다.
그중에서도 6자회담이 주 의제가 될 전망이다.
6자회담은 지난해 9월 베이징 공동선언문 합의 후 두 달 만에 후속 회담을 열었지만 이후 중단돼 지금까지 7개월 동안 표류하고 있는 데다 참가국 간에 의견 차가 크기 때문이다.
부시 행정부는 북측의 북-미 양자 간 직접대화 요구를 일축하면서 6자회담 즉각 복귀를 촉구하고 있지만 한국 정부는 미국 측에 신축적인 대응을 요구하고 있다.
정부는 미국이 북한의 위조지폐 문제를 쟁점화하면서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한 공세를 강화하는 데도 부담을 갖고 있다. 가급적 북측을 자극하지 않으면서 미국과 공조할 수 있는 길을 찾으려 하는데 미국의 태도가 강경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송 실장은 북한 핵 문제를 보는 시각은 물론 대화 방식을 놓고도 한국과 미국, 북한의 입장이 다른 부분이 있다고 말해 9월 한미 정상회담에서 이 문제에 대한 집중적인 의견 조율이 이뤄질 것임을 내비쳤다.
한미 FTA 협상에서 뜨거운 감자로 부상한 개성공단 문제도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개성공단 생산품을 한국산으로 인정해 대미 수출 시 특혜관세를 부여해 달라는 입장이지만 미국 측은 부정적이다. 노 대통령이 개성공단은 한반도 평화와 관련된 정치적 고려가 필요하다는 논리로 설득하겠지만 부시 대통령이 이에 응할지는 미지수다.
한미 정상은 또 이상 기류가 감지되는 양국 간 동맹 문제에 대해서도 조율을 시도할 계획이다. 이와 관련해 서울 용산 미군기지의 평택 이전 문제 등 현안도 논의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