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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를 기계로 판정? 인간미 없잖아요

Posted July. 22, 2006 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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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호회에서 시작해 월드컵까지.

2006 독일 월드컵 3, 4위전 독일-포르투갈전에서는 이번 대회 한국인 심판으로 유일하게 참가한 김대영(44사진) 씨가 부심을 봤다.

사업하던 동호인 출신 매일 체력훈련

그는 전문 축구인 출신이 아니다. 유통사업을 하던 사업가였다. 동호회 축구에서 시작해 일과 축구를 병행하는 이중생활 끝에 월드컵까지 진출한 것이다. 영하 13도에 이르는 한겨울 새벽에도 집 근처 서울 양천구 목동운동장 주변에서 장갑 두 개를 겹쳐 끼고 운동을 거르지 않고 체력관리를 해 온 그였다. 그 시간대에 날아가는 국제선 비행기를 보면서 반드시 월드컵 그라운드에 심판으로 서고 말겠다고 다짐해 왔다고 했다. 개인적인 노력도 있었지만 평소 대한축구협회와 주변 심판들이 도와주셔서 여기까지 왔다고 말했다.

선발 과정은 아시아축구연맹(AFC)에서 주심 6명을 선정한 뒤 이 주심들이 다시 AFC가 선정한 부심 후보 20명 중에서 부심을 지명하는 방식이었다. 그는 AFC 부심들의 체력테스트에서 전체 2위를 했다.

3, 4위전이 끝난 뒤 심판들에게도 기념메달이 주어졌다. 그 순간을 아, 드디어 여기까지 왔구나. 사나이 체면에 울지는 못하겠고, 그래도 가슴이 찡했다라고 표현했다.

40m 6초 이내에 6번 달리는 테스트 통과

김 씨는 올해 44세. 국제축구연맹(FIFA) 심판 정년은 45세다. 그에겐 월드컵에 참가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였다. 규칙 및 영어, 체력시험을 통과해야 했다. 3월과 4월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린 체력시험에서 주심은 40m를 6초 2, 부심은 40m를 6초 이내에 6차례 달리는 스피드 시험을 보았다. 부심이 더 빨리 달려야 한다. 이후 150m를 30초 이내에 달리고 50m를 40초 이내에 걸어가는 과정을 20차례 반복하는 지구력 시험을 보았다. 80명의 부심 중 8명이 탈락했다.

뒤늦게 축구를 한 그는 선수로 데뷔하기는 늦었지만 심판으로는 뛸 수 있을 듯해서 심판을 시작했다. 1994년부터 시작해 1998년 국제심판자격증을 땄다.

이번 독일 월드컵 대회 도중 심판들은 프랑크푸르트의 지정 숙소에서 합숙했다. 오전에는 심판 전용 체력트레이너의 지시에 따라 체력훈련을 했다. 선수들만큼 뛰어야 하기 때문이다. 애매한 오프사이드 상황을 놓고 순간적으로 판단하는 순간 반응 훈련도 반복했다. 이를 비디오카메라로 녹화해 자신의 판정과 실제상황을 비교했다. 오후에는 판정에 대해 비디오 분석관과 함께 분석 및 토론 시간을 가졌다.

경기 뒤 비디오 분석 때 많은 오심 발견하기도

한편 경기 후 분석시간에 보니 많은 오심이 발견되기도 했다는 것. 프랑스-스페인의 경기에서는 프랑스 선수가 혼자 넘어진 것을 뒤따라가던 심판이 실제상황을 보지 못해 오히려 스페인 선수에게 경고를 주어 프리킥을 선언했고 이로 인해 스페인이 두 번째 실점하는 계기가 됐다는 것. 그러나 많은 국가가 비교적 판정에 깨끗이 승복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했다.

그는 심판도 인간이기 때문에 실수를 한다. 그러나 기계로 인한 판정은 반대한다. 인간이 하는 경기는 인간이 판정하는 것이 인간적이다. 인간미 넘치는 스포츠를 기계에 종속시킬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2010년 월드컵에도 한국대표팀뿐만 아니라 심판도 본선에 계속 진출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원홍 blues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