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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관광 대가 더 챙기려 몽니

Posted July. 22, 2006 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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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남측 인사들의 개성 시내 출입을 1일부터 전면 금지하고 있다.

북측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는 지난달 22일 이종석 통일부 장관에게 서한을 보내 개성관광이 추진되지 않는 조건에서 개성공단을 방문하는 남측 인원의 개성시내 출입을 제한한다고 통보했다. 정부는 3일 이런 내용을 통일부 기자단에 설명하면서 남북관계에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고 부산에서 1113일 열리는 제19차 장관급회담에서 협의하겠다며 보도유예(엠바고)를 요청했다. 하지만 정작 장관급회담에서 이 문제에 대한 협의는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북한의 마음이 변한 이유=북한은 2000년 8월 현대아산과 개성시내 관광을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북측은 지난해 8월 평양에서 열린 2005 평양오픈골프대회를 참관한 롯데관광 김기병 회장에게 개성관광 사업을 구두로 제의했다.

정주영, 정몽헌 두 회장의 가신()으로 현대그룹의 대북사업을 진두지휘하던 김윤규 전 현대아산 부회장이 낙마한 직후였다. 북한은 지난해 7월 김 전 부회장이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을 대동하고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만난 자리에서 개성시내관광 시범실시에 합의했는데 한 달도 안 돼 김 씨를 내친 현대 측에 배신감을 느낀 것으로 전해진다.

이후 북측은 우리 정부에 현대아산과 사업을 할 수 없다며 개성관광 사업자를 현대아산에서 롯데관광으로 변경해 달라고 집요하게 요청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북측이 이번에 출입제한 조치를 취한 것은 자신들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은 데 따른 불만의 표시라며 사업자가 자율적 판단으로 계약 변경을 하지 않는 한 현대아산의 사업자 지위에 변경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결론은 돈?=북한의 이 같은 억지주장의 밑바탕에는 돈 문제가 깔려 있다. 지난해 8월 말과 9월 초 북측과 현대아산 간에 관광 대가를 놓고 협의를 벌였지만 현저한 이견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북측은 관광 대가로 1000만 달러와 관광객 1인당 150200달러를 요구했지만 현대아산은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다며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자신들의 요구대로 고분고분 응하지 않는 현대아산을 버리고 롯데관광과 사업을 진행하려는 것이 북측의 진짜 의도라는 것이다.

김천식 통일부 교류협력국장은 이종석 장관이 지난달 30일 김기병 롯데관광 회장을 만났다. 롯데관광 측도 현대아산과 북한 간의 계약 관계가 정리되지 않는 한 개성관광에 참여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전했다.

하지만 롯데관광은 지난달 말 북측 아태위의 방북 초청을 받은 뒤 5일 통일부에 방북 신청을 했었고 미사일 발사 등으로 남북관계가 악화된 상황인 10일에야 방북계획을 철회했다. 일단은 보류했지만 언제든지 다시 올라가 북측과 협의할 여지를 둔 것이다.

향후 전망은?=일각에서는 두 회사가 개성관광 사업에 대해 손을 잡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현재 현대아산은 금강산관광을 한국관광공사와, 개성공단사업은 한국토지공사와 함께하고 있는 것처럼 현대아산이 사업 주체로서의 지위는 유지하되 실무는 롯데관광이 맡는 방향으로 의견이 모아질 수도 있다는 것.

북한의 일방적 계약파기로 분쟁으로 갈 가능성도 있다. 현대아산과 아태위가 맺은 합의서에서 정한 해결방법에 따르면 분쟁발생 시 쌍방합의로 푸는 것이 원칙이지만 실패할 경우 남북 각각 3명이 참가하는 조정위원회를 구성해 해결토록 했다.

이것도 안 되면 중국 베이징()에 있는 국제경제무역중재위원회에 중재신청을 해야 한다.



하태원 taewon_ha@donga.com